고물가·불경기 덮친 지역상권 찬바람 쌩쌩
경기침체·사내문화 변화 영향
2·3차 없고 회식 자제 분위기
재료비 포함 비용증가도 부담
호프집 등 영업시간 단축 속출
지난 20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인근 한 식당이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노유정 기자
"연말인데 회식도 안 해요. 이번주가 피크인데 2팀 정도밖에 예약이 안 들어왔어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모씨(43)의 이야기다. 공덕역 인근은 편리한 교통으로 인해 업무지구는 물론이고 식당가도 형성돼 있어 평소 직장인들의 회식이 잦은 곳이다. 시기상으로도 '연말 대목'을 맞아 상인들은 한창 바빠야 할 시기다. 그렇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곳 상인들에게 업황에 대해 묻자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말 대목이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기 때문이다.
■ "회사 사정도 안 좋은데…"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께 공덕동 먹자골목에서는 만석인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 골목에 있는 식당 20여곳 가운데 2개곳만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식당과 술집은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듬성듬성 손님이 앉은 테이블이 있을 뿐 휑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30여년간 식당을 영업해 왔다는 상인회장 권모씨(62)는 "전체적으로 이곳에 있는 가게 60~70%는 매출이 줄었다"며 "코로나19로 3년 동안 회식 문화가 적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김성훈씨(60)도 "저녁 장사하는 고깃집, 횟집이 특히 매출이 줄었다"며 "돈이 없으니 술도 안 먹고 저녁 늦게 회식하는 대신 점심을 먹는 것 같다"고 봤다.
회식 문화가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더 큰 영향은 침체된 경기 상황으로 보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씨도 "매월 500만원씩 적자가 나는 것 같다"며 "특히 연말엔 사람이 부족해서 모자를 정도여야 하는데 (손님이 없어) 이번달 직원 5명 가운데 2명이 그만둬야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직장인도 경기침체 및 사내 문화 변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회식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직장인 정모씨(38)는 "코로나19 전에는 팀에 따라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회식이 있었고 못해도 한달에 1번씩은 있었다"며 "지금은 분기에 1번 있을까 말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횟수도 줄고 1차나 2차까지만 가서 간단히 먹고 가는 분위기"라며 "회사 경영사정도 안 좋아 회식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교통비·인건비·재료비 다 올라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비용 부담이 버겁다고 토로했다. 각종 물가와 인건비가 올라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였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석모씨(46)는 올해 12월 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만원가량 수익이 줄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일하던 직원 2명을 내보냈음에도 수익은 줄어든 것이다.
석씨는 "월말까지 이렇게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월에 1000만원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술집이 원래 밤 12시면 한창이고 새벽 2시까지는 열었는데 요즘은 손님이 하나도 없어 12시면 닫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시비가 올라 손님들도 '차 끊기겠다'며 12시 전에 집에 간다"며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택시비까지 챙겨 줘야 하니 지난해에는 시간당 1만1000원 주던 것을 1만4000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재료비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김씨는 "자재만 체감 40% 오른 느낌이다. 야채가 특히 올랐다"며 "배추, 대파, 부추 같은 채소가 1000원 하던 것이 1600~2000원 이렇게 막 올랐다. 야채는 식당들이 다 쓰는 것이니까 특히 부담될 것"이라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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