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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중대 인권침해, 소멸시효 적용안돼
수용기간 1년당 8천만원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법 원고 일부승소 판결

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하모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원고별 수용 기간에 따라 1년당 8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26명에 대해 각 8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수용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에 대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이 훈령에 따라 강제수용됨으로써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 중 상당수는 학령기 미성년자였는데 강제 노역과 폭행에 시달리며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면서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또는 공권력 허가, 지원,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하고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피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을 놓고는 "35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과 그간의 경제 상황, 화폐가치 변화 등을 감안했다"며 "수용 기간은 진술의 구체적인 정도, 남아있는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돼서 그 기간 동안 고통을 겪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원고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들은 선고 내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일부 피해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내무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노숙자, 청소년, 장애인 등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975~1986년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3만8000여명으로, 밝혀진 사망자 수만 6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