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도 민주도 아닌 신당 창당
거대 양당 국민 피로도 높지만
지역기반·인물 등 세몰이 한계
"부동층 믿고 정책 비전 없으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수밖에"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기득권을 깨겠다며 제3지대가 꿈틀대는 건 한국 정치사에선 흔한 일이다. 다만 원내 진입·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한 일이 다반사로,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제3지대가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해 보인다. 어느 때보다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제3지대가 파란을 일으키려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정치 여건, 인물 등 세 규합 정도, 취약한 지역 기반 등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병립형 회귀 거의 확실시”…제3지대에 불리
선거제가 군소 정당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종전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제3지대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준연동형 입법에 참여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강하게 주장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시 한번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초 ‘준연동형 유지-위성정당 방지’ 입장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는데 국민의힘은 만든다면 의석수에서 적잖은 손해를 볼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차라리 병립형 회귀가 낫다는 생각인데 당 안팎 반발이 만만찮다. 지도부가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 병립형으로 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병립형 회귀가 거의 확실시된다”고 귀띔했다. 병립형에서는 연동형에 비해 제3지대 원내 진입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준석·이낙연, 신당 띄울 수 있나…연대 가능성은
물론 근래 가장 성공했던 제3당으로 평가받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국민의당은 병립형에서도 38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인물론 등이 제도적인 약점을 상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대선 주자와 적잖은 거물급 정치인, 현역 의원들과 함께 출발했다.
이에 비하면 현재까지 22대 총선 제3지대 대망론은 불확실하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이끄는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이 이끄는 한국의희망이 꽤 일찍 신당 깃발을 뽑아 들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 주류와 각을 세우며 신당 가능성을 시사하자 제3지대에도 덩달아 이목이 끌리기 시작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목도가 높은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의 길을 걷겠느냐는 의심, 혹 그러더라도 결국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장제원 의원 불출마-김기현 대표 사퇴-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는 쇄신 급물살을 타는 것도 이준석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라면 야권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이 대표 체제에 반발하며 거듭 신당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보다 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비난과 비판이 상당히 거세기 때문이다. 이낙연 신당에 반대하는 연판장에 민주당 현역 의원이 100명 넘게 서명했고 이낙연계로 불리는 인물들도 이낙연 전 대표가 너무 ‘급발진’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 대표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하며 이낙연 전 대표 고립이 심해지는 양상이고 본인도 ‘신당이 기정사실인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역 기반 확보하고 두드러진 비전 내놓을 수 있나
병립형으로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뒷배는 25석을 안겨 준 지역구, 특히 호남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영남 지지세나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세가 ‘물음표’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혹 윤석열 정권이 내키지 않아도 믿고 밀어 줘야 한다는 것이 영남의 주된 정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를 향한 호남 정서도 마찬가지다.
제3지대 세력 간 빅텐트가 꾸려질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제3지대 주창자들은 거대 양당 기득권을 타파하려면 대안 정치 세력이 ‘최소 강령 최대 연합’으로 모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인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금까지의 정치적인 행보,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선명하게 구분되는데 한 지붕 아래 모여 얼마나 오래 함께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반윤 반명’만을 부르짖는 연대는 선거 공학적이기만 한 준동, 구태 정치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부동층이 많다는 것만 믿고서는 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며 “유권자 입장에서 ‘저들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그래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보이겠다’는 정책 비전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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