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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혁신 앞세워… 중도 확장·수평적 당정 정립 나선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집안단속으로 당통합 이끌어야
용산과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
편향적 공천 의혹 불식 필요

파격과 혁신 앞세워… 중도 확장·수평적 당정 정립 나선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4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면서 당 안팎에선 한 전 장관의 참신성과 강한 추진력을 토대로 당 혁신과 쇄신을 주도하고, 총선 승리의 마중물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로,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치 경험이 거의 없다는 한 전 장관의 이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낡은 기득권 정치를 타파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19개월간의 각료 경험만으론 쇄신, 혁신 로드맵을 비롯해 계파 간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얼키고설킨 '고차방정식'을 과연 순조롭게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파격과 혁신을 앞세운 '한동훈 비대위'가 기존 여의도 문법을 뛰어넘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표류 중인 여권에 '희망의 등불'이 될지, 아니면 '과도기적 정치실험'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 전 장관의 면직을 재가했다.

■당 주류-비주류 통합 우선

이날 여권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의 가장 큰 숙제는 무엇보다 내부 집안단속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 출범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결국 실패를 맛봤다.

이에 따라 김기현 전 대표와 지도부가 사퇴하는 과정에서 당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김 전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내에서는 결단을 요구하는 중진 의원들과 이러한 중진 의원들을 비판하는 초선 의원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비윤계를 끌어안아 당의 통합을 이뤄내는 것도 과제다. 중도층으로의 세력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내 다양한 의견을 통합적으로 수용해 중도 확장성을 확보하고,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최대한 우리 편을 많이 늘려야 되고 끌어안아야 된다"며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야 되고 함께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 한 장관이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직적' 당·大관계 우려 불식할까

용산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는 것도 한 전 장관의 몫이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당정 관계가 너무 수직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한 전 장관이 과연 용산에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새 비대위원장은 당정 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국민의 마음과 당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변명 없는 국정운영의 쇄신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고 썼다.

야당에서는 이미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한 전 장관을 향해 윤바타(윤 대통령 아바타)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밑에서 상하 관계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인물"이라며 "그런 인물이 당정 관계를 혁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혁신의 핵심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대여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한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사사건건 더불어민주당과 대립하면서 몸값을 높여왔다. 특히 한 전 장관의 논리에 맥을 쓰지 못한 민주당의 헛발질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까지 오게 만든 대중적 인기를 만들어 줬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무행정의 공백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없다"며 "그동안 국회와 국민 앞에서 해왔던 말들은 다 허언이었나"라고 비판했다.

■투명·공정한 공천과정 담보 관건

비대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에 임하면서 거칠 수밖에 없는 공천갈등도 장애물로 꼽힌다. 혁신위가 제안했던 중진 불출마 및 험지출마 문제는 당내에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중진 의원들의 불만을 달래고 새롭고 참신한 인재들로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수도권 위기론이 기우였음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을 향해서는 공천 불개입을 이끌어내고 친윤계나 검사 출신 등 편향적 공천 의혹도 불식해야 한다. 이미 다수의 대통령실 참모와 검사 출신 인사가 곳곳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