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씨 부인이 김치통에 은닉한 현금과 수표.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파이낸셜뉴스] 1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 중인 BNK경남은행 간부가 1600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총 횡령액은 1437억원에서 308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이희찬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금 1652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9월 이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기재한 횡령액은 1437억원이다. 이번에 추가 확인한 금액을 합치면 횡령액은 3089억원에 달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한국투자증권에 다니는 친구 황모씨와 공모해 지난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20차례에 걸쳐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228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등 계좌로 보낸 후 임의 사용했다.
이씨는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에도 단독으로 같은 수법을 사용해 회삿돈 803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와 황씨는 부동산 PF 시행사가 대출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 문서를 작성해 관련 대출을 일으켜 대출금을 횡령했다. 또 시행사 요청에 따라 신탁회사 등이 경남은행 계좌에 대출원리금 상환자금을 입금하면, 출금전표를 위주해 인출후 빼돌렸다.
검찰은 지난 7월 경남은행이 고소한 후 수사에 착수했고 다음달 도주한 이씨를 체포해 황씨와 함께 구속기소했다. 이후 방대한 계좌 주적, 압수 자료 분석, 시행사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경남은행 18개 PF 사업에서 308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빼돌린 자금 중 2711억원은 횡령한 PF 대출자금의 원리금을 변제하는 등 '대출금 돌려막기'를 하는 데 썼고, 나머지 378억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와 가족들은 범죄수익 은닉에 적극 가담했다. 14년간 8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등 월평균 7000만원이 넘는 돈을 펑펑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횡령자금 중 156억원은 상품권, 골드바 등으로 세탁해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작업은 자금세탁 전력이 있는 이씨 친형 A(54)씨가 주도했다. A씨는 자금세탁업자를 동생에게 소개하거나 본인이 직접 세탁하는 등 44억원을 현금화했다. 동생이 은닉재산을 숨긴 오피스텔 3개를 관리하기도 했다.
이씨 주거지에 나온 고가의 명품 가방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이씨의 아내 역시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가 횡령한 자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려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수표로 바꿔 김치통 내 김치 사이에 숨겨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이씨 가족과 자금세탁업자 등 8명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씨가 범행 중 해외 투자이민을 준비하면서 현지 기업에 예탁한 자금 5만5000달러(약 7억원)를 포함해 총 52억3000만원을 추징보전하고, 83억원 상당의 골드바 101개를 압수하는 등 총 187억원의 범죄 피해재산을 확보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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