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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물고문 같은 시기 보낸 美 테크업계, 정리해고만 1만명 넘었다

해고 근로자 18%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재취업
비 테크 분야 재취업자도 상당한 수준
일부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1년 내내 물고문 같은 시기 보낸 美 테크업계, 정리해고만 1만명 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4 차례에 걸친 정리해고를 통해 수 천 명의 직원을 감원한 메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올해 해고된 빅 테크 기업 근로자들이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분야에 대거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미국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 근로자 10만명이 정리해고 된 가운데서다.

21일(현지시간) CNBC는 지금까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에서 1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대량 감원으로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올해 1월에 1만2000명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1만명의 직원 정리해고 계획을 내놨다. 메타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4 차례에 걸친 정리해고로 수천 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리크루트 회사 로버트 하프의 메간 슬라빈스키는 "올해 테크기업의 경우 거의 매달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면서 1년 내내 물 고물과 같은 시기가 이어졌다"라고 짚었다.

해고된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이 머물던 분야와 비슷한 업종으로 재취업했다.

미국 취업 포털 링크트인의 인력파일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술 분야 해고직원 가운데 19%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재취업했다. 인터넷 분야 해고 직원 13%가 취업하며 그 뒤를 이었다. 10%는 금융업으로 진출했고 이어 서비스 분야(8%), 컨설팅회사(7%) 순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금이나 저축 등의 수입원에 의존하면서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와 충격에서 회복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아마존 자회사인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근무하던 바비 맥닐이 대표적이다. 그는 아마존웹서비스에서 근무한 지 1년여만에 정리해고됐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 해고당한 적이 있지만 또 해고당하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려 몇 주 동안 인맥을 쌓고 수십 개의 지원서를 제출한 끝에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의 인재 영입 파트너로 취업했다.

메타에서 7년간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던 멜리사 즐라토우는 지난해 11월 메타의 1차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그는 "쉬는 날 새벽 5시에 이메일을 열어보고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즐라토우는 해고된 기술직 근로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고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설립했다.

그는 "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표준이 바뀌었다.
5년 전만 해도 유명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해고 사태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도 세상에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1년 내내 물고문 같은 시기 보낸 美 테크업계, 정리해고만 1만명 넘었다
올해 미국에 기반을 둔 테크 기업의 1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정리해고 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