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홍해 앞바다 바브 엘-만데드 해협, 폭 32km 불과
후티반군 미사일, 드론 공격에 선박들 5150km 더 걸리는 희망봉 항로 우회
[파이낸셜뉴스]
예멘 후티반군이 이란이 제공하는 선박 항해정보를 토대로 홍해 해상을 지나는 선박들에 드론,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홍해상에 이스라엘 미사일함 한 척이 떠 있다. 신화연합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배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란이 후티반군에게 선박들의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반발로 수에즈운하 관문인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후티반군과 정보를 제공하는 이란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직접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서방과 이 지역 안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준군사단체들이 예멘 후티반군에게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에 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후티반군은 드론과 미사일로 이들 선박을 공격하고 있고, 이때문에 상당수 화물선과 유조선이 수에즈운하 대신 약 5150㎞가 더 걸리는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실시간 정보 제공에 힘입어 예멘 홍해 앞바다인 바브 엘-만데브해협에서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해협 폭은 32km에 불과해 반군이 작심하고 공격에 나서면 피할 재간이 없다.
미국은 18일 '번영수호작전'을 발표하고 미 주도의 다국적군이 홍해 선박 항해를 위해 '안전통로'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 1, 2위 선사인 MSC, AP몰러 머스크 등 주요 선사들이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포기하고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후티반군이 이란 정보를 바탕으로 홍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자칫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후티반군을 상대로 직접 맞서야 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후티반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대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서방 안보 관계자는 "후티반군은 배를 겨냥할 레이더 기술이 없다"면서 "이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란 지원이 없으면 미사일은 그저 바다에 떨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노르웨이 화물선 한 대가 후티반군의 대함순항미사일을 맞았다.
화물선은 곧바로 불이 붙었고 인근 항만에 긴급 정박해야 했다.
한편 이란은 이 지역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난 수년간 후티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해왔다. 후티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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