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업자 "수입 시점부터 저작권자 배포권 사라져"
대법 "제품 판매한 업체는 중국내에서만 유통권"
"저작권자의 한국 배포권도 사라지지 않아"
일본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식 판매업자에게 제품을 수입해도 국내 판매 과정에서 저작권자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벌금 1800만원을 지난 7일 확정했다.
일본 만화 캐릭터 저작권자인 Z사는 2015~2016년 중국 상하이의 한 회사에 도라에몽 제품에 대한 상품화 권한을 부여했고, 상하이 회사는 다시 중국 내 다른 업체인 X사에 도라에몽 블록 제품 판매를 재위임했다.
한국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비슷한 기간 X사로부터 직접 도라에몽 블록 제품 960개를 정식 수입해 국내에 다시 판매했으나, 도라에몽의 한국 내 판매를 당초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는 못했다. 수입과 양수(타인의 권리, 재산 및 법률상의 지위 따위를 넘겨받는 일)도 중국이 아닌 국내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미 2014년 도라에몽 캐릭터 상품화 사업권 등을 취득해 판매해 오던 업자가 있었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판매권자로부터 자신이 제품을 사들인 시점에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없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쟁점은 A씨가 도라에몽 블록 제품을 수입한 뒤 국내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배포 권리가 소진됐는지다.
저작권법은 20조에서 저작권자가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면서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할 경우 배포권은 소진된 것으로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1심은 저작권자인 도라에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모양의 블록 제품을 무단으로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800만원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제품을 판매한 X사가 중국 내에서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넘어설 경우 저작재산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X사의 행위는 저작권법 20조의 단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저작권자의 한국에서의 배포권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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