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겨울 보너스 800만원 받는데 용돈은 안 올라요", 日 임금보다 물가 더 올라

"겨울 보너스 800만원 받는데 용돈은 안 올라요", 日 임금보다 물가 더 올라



【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직원들이 챙기는 보너스도 두둑해졌다. 하지만 물가가 같이 오르면서 실질 임금은 외려 감소했다. 일본인 열 중 아홉은 용돈이 3년 전과 비교해 같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일본 주요 기업들의 1인당 평균 겨울 보너스 액수는 86만5903엔(약 785만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준으로, 신문이 1975년 관련 조사를 실시한 이래 역대 최고액이다. 일본 기업의 1인당 평균 보너스 지급액은 3년 연속 증가했다.

배경으로는 실적 호조가 꼽힌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일본 전산업의 올해 3월기(2022년 4월~2023년 3월) 최종 손익은 1년 전 대비 18% 증가한 74조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비제조업이다. 해외 방일객 수요와 개인소비 확대로 특히 서비스업종이 호조를 보였다.

철도회사인 JR 동일본은 겨울 보너스로 95만7300엔(약 874만원)을 책정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7.5% 증가한 것이다. 백화점 다카시마야는 12.0% 증가한 113만8379엔(약 1040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가장 많은 보너스를 받아간 기업은 반도체 제조 장치 기업이다. 반도체 기업 디스코는 359만4132엔(약 3281만원)을 지급했다. 디스코의 올해 3월기 연결순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5% 늘어난 828억엔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쓸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률이 이를 압도해서다.

실질 임금 산출 기준이 되는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0월 전년 동기대비 3.3% 상승했다. 16개월 연속 3%를 넘어섰다. 올해 겨울 보너스 상승률은 2.6%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후생성이 발표한 10월 근로통계조사에서도 물가를 고려한 1인당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대비 2.3% 줄어들었다. 일본의 실질 임금 감소는 19개월 연속이다.

그렇다보니 물가가 오른 이후 최근 3년간 받는 용돈도 전혀 늘지 않았다.

소니손해보험이 2020년과 2023년 겨울 용돈에 대해 전국의 20대~50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90%가 '보너스를 받아도 용돈은 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3.4%는 '변하지 않는다', 16.1%의 사람은 '줄었다'고 응답했다. 용돈이 늘어난 비율은 10.5%였다.

용돈의 평균액은 2만7717엔으로 나타났다.
남성 평균은 3만5139엔, 여성 평균은 2만220엔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2만7083엔, 30대가 3만1547엔, 40대가 2만3500엔, 50대가 2만8753엔으로 3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가 요시타카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겨울 보너스가 개인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