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900원대 회복 분위기
日 긴축 단행 내년 2분기 유력
당분간 완화정책 계속될 전망
3개월 내 환차익 기대 어려워
일본이 초완화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엔화예금이 12월 들어 622억엔(약 5692억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었던 원·엔 재정환율이 910원대로 반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4분기까지 원·엔 환율이 900원대에서 완만하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1조1348억4908만엔(약10조3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월 말 1조1970억9887만엔(약 10조946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주 만에 622억4979만엔(약 5692억원) 감소한 것이다.
엔화예금은 그동안 가파르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달간 엔화예금은 13억1000만달러 늘었다. 2012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증가다. 엔화예금잔액은 99억2000만달러로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엔화예금은 3주 만에 5000억원 넘게 빠졌다.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엔화가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고 있어서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8~19일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장단기 금리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도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1월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 엔화가치는 바닥을 치고 한 달 새 50원 넘게 올랐다.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5.83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16일 100엔당 859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약 56원 오른 것이다. 11월 원엔 환율은 2018년 1월 이후 15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엔화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투자자들의 엔테크 수요도 빠르게 줄고 있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PB팀장은 "2~3개월 전에는 엔테크 문의가 꾸준히 있었는데 최근에는 당시의 20~30%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김학수 팀장은 "엔화는 미국 달러화처럼 1개월이나 3개월 정기예금을 넣어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엔화가 저점을 찍은 후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면서 "원·엔 환율도, 일본 주식시장도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 엔테크 투자문의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와 일본은행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원·엔 환율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경기 개선 등으로 1·4분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하면 원·엔 환율이 900원 내외에서 등락할 수 있다"면서 "내년 1·4분기 말이나 2·4분기 초반 일본은행이 정책 정상화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원·엔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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