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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부서’ 몸집은 키웠는데… 현장 뛸 지자체는 인력 태부족 [재난안전 대한민국 (2)]

세월호 참사 이후 방재안전직 신설.. 운영한계로 지자체선 ‘퇴직률 23.3%’
비상근무 잦고 사고책임 무거운데 다른 직렬과 인사제도는 같아 기피
전문가 "적극행정 면책 필요" 지적

‘재난부서’ 몸집은 키웠는데… 현장 뛸 지자체는 인력 태부족 [재난안전 대한민국 (2)]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한 모습이다. 뉴시스
일상이 돼버린 재난의 강도는 더 세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아무리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한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명확하다. '기후재난'이라는 용어도 새로이 쓰이고 있지만 모든 재난을 기후재난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기후재난이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면서 정부의 재난대응에 면죄부를 주는 양상도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이같은 재난의 확산과 관련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난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다고 하더라도 실행단위에서 작동을 안 하면 무용지물이다.

■재난대응력을 높여라

이태원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최근 발생한 데이터 재난 등은 디지털 기술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디지털에 의존하는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대형재난 때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예방이나 처벌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그 피해가 대도시에 비해 크고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지역에 맞는 재난대응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난안전분야 중앙 조직 및 정책이 커진 것에 비해 이를 실행·집행해야 하는 지자체의 인력은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보강돼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상 기초지자체의 재난부서는 13~9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재난 대응에 필수적인 방재안전직은 상황이 심각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대비 전문인력으로 신설한 직렬이나 운영 상의 한계로 지난 2021년 기준, 퇴직률이 23.3%으로 전체 인원의 절반에 가깝다. 방재안전직은 대부분 하위직인데다가 기피업무로 분류되는 비상근무, 재난대응 업무만 맡게 되고, 문제가 생기면 무거운 책임감과 업무의 과중함 등으로 다른 자리로 옮기고 싶어 하는 유인이 강하다.

방재안전직에 대한 인센티브보다 부담이 더 큰 상황인 것이다. 현재 방재안전직 운영 상의 문제에 대한 검토 없이 이를 확대하는 것은 효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미국의 인사제도와 같이, 민간-공공 전업이 자유롭고 대응매니저에게 업무 부담에 상응하는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조여야 작동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다른 직렬과 똑같은 인사제도를 적용받으면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만 높은 상황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방재안전직은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하지만 재난부서 내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물론 일부 직무의 경우 전문직으로 계속 업무를 수행할수도 있지만 승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계산이다.

방재안전직은 재난부서, 상황실 등에 근무하지만, 행정업무 숙련도, 관련 부서 및 조직문화 등에 대한 이해, 인적 네트워크 부재 등 협업 과정에 필요한 역량은 다른 직렬에 비해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 방재안전직의 방향성과 보직경로, 명확한 역할과 인센티브 등 발전 방향성을 가지고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국행정연구원 천호진 선임연구워원은 "재난안전 분야 전문직 및 전문직위제 공무원을 확대하고 적극행정 면책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재난대응 책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도지사 재난선포권 부여

재난대응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재난대응의 지휘관리체계의 혁신도 시급하다.

정부는 연말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재난 권한의 범위도 대폭 넓혀 지역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그동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다중운집인파사고 등이 사회재난 원인 유형에 포함되고,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 권한이 부여돼 신속한 재난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사회재난의 원인 유형에 다중운집인파사고와 인공우주물체(인공위성 등)의 추락·충돌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던 재난 유형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고, 위기관리 표준·실무·행동매뉴얼의 작성·관리를 통해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일련의 재난관리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부터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 권한을 부여했다. 시·도지사가 시·도 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난사태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긴급 시에는 시·도지사가 우선 선포 후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는 다중운집인파사고의 재난유형 추가에 따라 위기관리 표준·실무·행동매뉴얼을 작성·관리해 일련의 재난관리 활동을 수행하는 등 인파사고의 재발 방지 및 발생 시 수습에 역점을 두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성탄절, 해넘이·해맞이 등 축제·행사를 즐기기 위해 주요 지역 267곳에 인파밀집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해넘이·해맞이 명소는 주로 산이나 수면에 위치하고 있어 인파밀집에 따른 추락·익수·미끄럼 사고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의 효과적인 재난대응이 요청되고 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