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육체노동 기피하고
고령화로 요양서비스 구인 급증
불균형 지표 16곳중 15곳 상승
한은 "외국인력 활용 늘려야"
코로나19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구직 증가율보다 구인 증가율이 더 높은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에도 임금 등이 열악해 제조현장직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구인난이 확대된 결과다. 이에 현장직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면서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해 돌봄서비스 이용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4분기 대비 올해 3·4분기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가 16개 지역(세종 제외) 중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0.5를 하회한 반면 전남, 충남, 충북 등에서는 1을 상회했다.
구인분포와 구직분포 간 격차가 클수록 지수가 높아져 노동시장 수급의 질적 지표로 사용되는 미스매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 광주, 강원,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팬데믹 이전보다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전남·충남은 노동시장 긴장도가 1을 상회하는 데다 미스매치 지수도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이 같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제조현장직 기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
우선 제조현장직의 경우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에서도 구직자가 감소했다. 세부 직종별로는 화학(플라스틱 제조 등), 금속(용접, 주조 등) 등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인력수급 상황이 악화됐다.
돌봄서비스도 구인과 구직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구인이 더 크게 증가해 구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구인은 지난 2019년 3·4분기 대비 올해 3·4분기에 133.9% 증가했고 구인 비중 역시 2019년 초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특히 고령화가 돌봄서비스 구인 증가율과 60세 이상 비중 변화 간 상관계수가 0.58에 달해 고령화가 돌봄서비스 노동수요 증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분석은 한은 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상당수 업체가 2019년 대비 2023년에 채용정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이 지난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했다.
이에 우리나라 전반에서 나타나는 직종 측면의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수급 정책을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특히 제조현장직 중에서도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은 핵심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돌봄서비스 인력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외국인력 활용도 필요하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제조현장직은 근무여건 개선 노력 등으로 제조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돌봄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돌봄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을 낮추면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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