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대기업 총수일가 136곳서 '미등기임원' 재직

공정위, 올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이사 등재비율 5년만에 늘었지만
'등기'는 줄어 "책임 회피" 지적

대기업 집단을 이끄는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회사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를 총수일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등기임원으로서 부담하는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남아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426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가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433개)였다.

총수일가 등재 회사의 비율은 2018년 21.8%를 시작으로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2022년 14.5%로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증가 전환됐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88.9%)이었다. 9개 계열사 중 8개사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반면 삼천리, DL,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 상승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소유와 경영 분리 및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총수 2·3세는 2.5개) 겸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매우 높았다.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도 136개 있었다. 집단별로는 중흥건설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유진(8개), 하이트진로(7개), DB(5개) 순이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는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서 권한만 누리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작년(51.7%)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안건 대부분에 찬성표를 던지며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