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평양 중구역 주민들의 출근길 모습. 출처=평양 노동신문,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북한에서 연인들이 길거리에서 입맞춤 하는 등 자유분방한 연애가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사상단속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시·군당은 최근 연말을 맞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통제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12)’과 ‘청년교양보장법(2021.8)’, ‘평양문화보호법(2023.1)’ 등을 채택하고 한국 문화를 포함한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류 문화의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오빠’, ‘사랑해’, ‘남친’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매체는 “북한 당국이 ‘남조선 말투나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신고하라’면서 언어 단속에도 열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는 “단속을 많이 하니 청년들도 통제에 익숙해져서 법을 내오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겁을 줘도 ‘그러다 말겠지’ 하는 태도로 대한다”며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지나다가 입맞춤하는 젊은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길에서 입맞춤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처음에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당황했는데 이제는 ‘젊은이들이 우리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간다”고 보도했다.
이뿐 아니라 여성이 남성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연하’ 커플도 많아졌다. 북한 청년 A씨는 데일리NK에 “남조선이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면 결혼도 하는데 왜 우리는 연상의 여성과 연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던 6살 연상의 누나가 여자로 보이면서 연인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예전에는 30살까지 결혼 못 한 처녀를 찾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여자든 남자든 30대에도 결혼 생각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에선 한국 드라마 등 영상물에 대한 단속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북한의 한 30대 청년은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2017)를 몰래 시청하다가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020년에는 양강도에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가 대량으로 담긴 USB를 유포한 남성이 공개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9년엔 지인들에게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공유한 사람이 노동교화형 4년에 처해지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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