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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용부, 선경아파트 경비원 사망 사건 '직장내 괴롭힘 혐의 없음' 결론

다른 경비반장 괴롭힘은 인정…과태료 부과
용역업체, 파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송치
질병판정위원회 "직무 강등으로 자긍심 상처"

[단독] 고용부, 선경아파트 경비원 사망 사건 '직장내 괴롭힘 혐의 없음' 결론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관리소장 갑질을 호소하며 극단 선택을 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박모씨에 대한 관리소장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A씨가 다른 경비원에 대해 부당 인사조치한 정황을 포착해 사업주인 경비용역업체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용부는 아파트 위탁관리회사 소속인 관리소장이 하청업체 직원인 경비원에게 지시를 내린 데 대해 해당 업체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부, '혐의 없음' , 다른 경비원 혐의는 인정
2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은 지난 3월 사망한 박모씨에 대한 관리소장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지난 9월 결론내렸다.

강남지청 관계자는 "(박씨에 대해) 복명복창을 요구하거나 표현, 발음 지적 등 갑질에 가까운 괴롭힘이 있었다는 동료 경비원들의 증언이 일부 있었다"면서도 "당사자인 관리소장이 이를 부인해 정황 자체를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청은 관리소장이 경비반장이던 박씨를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확인해 개선 지도 조치를 내렸다. 조사 결과 관리소장은 다른 경비반장에 대해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린 것으로 지청은 파악했다. 하지만 경비용역업체가 개선 지도를 이행하지 않아 지청은 지난 9월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업체는 과태료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사망한 경비원 유족 대리를 맡고 있는 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직장 내 괴롭힘은 형사상 구제하기 애매한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회사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외에 행정적으로 제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청은 해당 업체에 대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20일 해당 업체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경비원과 사용·종속관계에 있지 않은 관리소장이 인사조치를 내린 데 대해 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법은 원청 소속 직원이 하청업체 직원을 상대로 인사 조치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반면 박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한 근로복지공단은 박씨의 직무가 강등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 따르면 서울남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의 다수 위원은 "고인이 직무 강등에 의해 직업적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박씨의 업무상 재해의 원인이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명시한 산업재해보상법 37조 가운데 1항에 포함돼 있다. 질판위는 "37조2항에 따른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 등으로 인한 질병·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한다.

질판위 다수 위원은 "초단기 계약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정신적 이상 상태라는 의학적 근거가 없더라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인식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행한 것으로 판단돼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박씨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경비업법 위반, 모욕 등 법률 검토를 거쳐 관리반장에 대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지난 6월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