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5대 금융지주·은행 조직개편으로 본 갑진년 새해 은행권 키워드는 상생금융과 디지털·인공지능(AI) 역량 강화,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 관리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상생금융 조직을 신설·확대한 게 특징으로 기존의 영업 방식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신(新)사업 발굴에도 나선다. 은행 곳곳에서 부동산 프로젝트(PF) 대출 횡령·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이 이뤄졌던 만큼 내부통제도 대폭 강화한다.
■상생금융·AI 바람, 전담조직 설치
12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및 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가장 큰 특징은 각 사에 상생금융 전담조직이 생긴 것이다. 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체계적으로 상생금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KB금융지주는 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본부를 그룹 상생금융을 총괄하는 ESG상생본부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신한금융그룹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실행하는 컨트롤 타워다. 하나금융그룹도 상생금융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하나금융그룹 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 전담팀', 하나은행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각각 신설했다. 농협금융은 지주 내 미래성장부문을 신설하고 신산업전략부·ESG부를 배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이미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디지털과 AI가 은행권 혁신의 바람을 불러 올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KB부동산 등 플랫폼을 담당하는 디지털사업그룹을 신설했다. 플랫폼 기업과 협업으로 '임베디드 뱅킹'을 키우기 위한 임베디드영업본부도 새로 생겼다. AI비즈혁신부를 신설해 AI를 통한 사업모델을 개발·추진한다.
AI 활용과 관련해서도 각 은행의 방향이 저마다 다르다. 신한은행은 '고객몰입 조직으로 전환'이라는 기조 하에 영업지원부문을 신설하고 여기에 AI연구소를 신설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금융·비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사업 방향이 나타난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한 생활금융 플랫폼 연계 △은행·증권 토큰증권(STO) 및 조각투자 등의 디지털 금융 활성화 계획을 세웠다.
■ELS 만기도래, 銀 리스크 관리 강화
은행권이 H지수 ELS 상품 만기 도래를 앞두고 준법감시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시중은행장을 불러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불완전판매 등 내부통제 실패가 발생한 경우 금융사 임원 책임을 규정하는 책무구조도까지 도입하자 이에 조직개편부터 착수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복잡해지는 금융사고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영업점의 준법과 내부통제를 관리하는 준법 감사 조직 역할을 확대했다.
또 비대면 금융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 발생 시 신속한 관리와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그룹 역할을 확대하고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신한은행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내규 개정을 통해 준법감시인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각 영업그룹에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부여해 현장에서부터 더 촘촘한 내부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고객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고객 자산 심사, 감리, 사후관리 등 고객자산 관련 3선 조직의 부서 역할을 명확히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