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日 강타한 '7.6 강진'
묵호항, 최고 85㎝ 지진해일 발생.. 과거 200㎝ 이상 규모도 두번이나, 수심 깊고 물결 출렁거려 위험지역
"韓 지진 안전지대 아냐" 우려 커져.. 동해안 밀집한 원전도 주의 요소
【파이낸셜뉴스 강릉·서울=김기섭 윤홍집 기자】새해 첫 날 일본에서 발생한 강도 7.6 지진으로 우리나라 해안에 31년 만에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인근에서 지진 발생이 최근 몇년새 늘어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해일 안전지대가 되지 않는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일본 이시카와현 북쪽 해역에서 오후 4시 10분경에 발생한 강도 7.6 강진으로 최고 85㎝ 높이의 지진해일이 동해 묵호항(오후 8시 35분께)에 밀려왔다. 이는 지진해일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는 수준이다. 지진해일주의보는 '규모 6.0 이상 해저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해안가에 높이 0.5m(50㎝) 이상 1.0m 미만 지진해일 내습이 예상되는 경우'에 발령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지진해일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그동안 묵호항이 손꼽혀 왔다. 이미 40년 전인 1983년 5월, 일본 아키다현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규모 7.7) 때도 묵호에 200㎝ 이상의 지진해일이 닥쳤다.
이후 1993년 7월, 일본 오쿠시리섬 북서쪽 해역에서 강진(7.8)이 발생했을 때도 묵호에 닥친 지진해일은 203㎝로 속초(276㎝)에 이어 두 번째였다. 묵호항 주변은 향하는 물길의 수심이 깊어져 이때 지진해일 에너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묵호엔 항구가 있어 부진동 현상도 더해진다. 부진동 현상은 갇혀 있는 지역에 물이 들어와 계속 출렁거려 물결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묵호항 이외의 지역도 지진해일 안전지대는 아니다. 전날 일본 지진 발생 이후 1시간 51분 후인 오후 6시 1분께 강원 강릉 남항진항에서 지진해일이 처음 관측됐다. 이후 발생한 지진해일의 최고 높이는 남항진 28㎝, 속초 45㎝, 삼척시 임원 33㎝, 경북 울진군 후포 66㎝ 등이었다.
통상 지진해일 높이가 0.5m를 넘으면 해안 저지대가 침수될 수 있어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할 수준으로 본다.
0.2~0.3m 높이 지진해일도 안전하진 않다. 일본에서는 이 정도 높이 해일에 대해 '해일의 빠른 흐름에 사람이 움직이기 어려워 피난이 어려워지고, 선박·어업시설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앞서 지난 1993년 7월 12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북서쪽 해역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한 뒤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최고 2.76m 지진해일이 내습해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약 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1983년 5월 26일엔 일본 혼슈 아키타 서쪽 해역에서 규모 7.7 지진이 일어 동해안에 최고 2m 이상 지진해일이 닥쳤다. 이때는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2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피해도 났다.
지진해일주의보가 마지막으로 발령된 것은 2005년 3월 20일이다. 일본 후쿠오카 북서쪽 해역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하며 0.5m 높이 지진해일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돼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에 지진해일주의보가 발령됐으나, 실제 오지는 않았다. 당시 지진은 부산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로 강했다.
지진해일로 인해 가장 안전이 우려되는 곳은 원전이다.
방사선 오염수 방류 사태를 빚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가 컸다.
우리나라 원전은 대부분이 지진해일 위협의 직접 영향권인 동해안에 밀집해 있다. 다만 현재 동해안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건설된 원전은 모두 10m 해일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건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ees2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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