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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7 강진 또 올 수 있다"… 불안감 못 거두는 日 열도 [日 노토반도 7.6 강진]

최소 45명 숨지는 등 피해 '속출'
진도 1 이상 여진도 90건 넘어서
전문가들 거대지진 전초 큰 우려
"진원은 얕고 단층은 넓게 흔들려
더 높은 쓰나미 올 수도" 초비상

"진도 7 강진 또 올 수 있다"… 불안감 못 거두는 日 열도 [日 노토반도 7.6 강진]
"진도 7 강진 또 올 수 있다"… 불안감 못 거두는 日 열도 [日 노토반도 7.6 강진]
참혹한 지진 피해현장. 1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에서 도로가 무너지고 인근 주택들이 나동그라져 있는 모습이 2일 항공 카메라에 잡혔다(위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지진 여파로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 있는 전신주가 뒤엉키고 건물들은 화재로 그을린 모습(아래쪽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 내 현지 전문가들은 보다 더 큰 지진의 전초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최대 규모 9에 이르는 거대 지진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 대형 지진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향후 여진과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각 못한 동해지진. 우리도 놀랐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토 반도 북부에서는 2020년 12월부터 지진 활동이 활발해졌고 지난 3년간 진도 1 이상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와는 달리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지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군발지진 지역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지진은 1983년 규모 7.7의 동해 중부 지진, 1993년 규모 7.8의 홋카이도 남서부 해상 지진과 규모가 비슷하다. 이날 오전 1시까지 진도 1이 상의 지진은 93건 보고됐다. 고토 히로유키 교토대 방재연구소 교수는 NHK를 통해 "이번 지진의 강도는 한신 대지진을 일으킨 지진에 필적한다"며 "넓은 범위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공대 교수도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발지진(규모가 작고 국지적으로 여러 차례 일어나는 지진)의 진원지대 안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일련의 활동으로 보이지만 내륙형으로는 매우 큰 지진"이라면서 "일반적인 군발지진에서 규모 6을 넘는 지진은 드둘다. 그만큼 단층이 넓게 움직였다는 것인데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다.

나카지마 교수는 "이번 지진이 그 단층의 연장인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단층인지는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며 "여진 분포 등을 상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 다쿠야 교토대 방재연구소 교수 역시 "지금까지 노토 반도에서 이렇게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동해 쪽에서 일어나는 지진으로는 최대급"이라고 평가했다.

■"끝나지 않았다" 거대지진 가능성

전문가들은 노토 반도에서 앞으로도 강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마무라 후미히코 도호쿠대 쓰나미공학과 교수는 "진원이 얕고 검조 기록을 봐도 해저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1m가 넘는 쓰나미가 보고됐지만 지형에 따라서는 국소적으로 더 높은 쓰나미가 올지도 모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지진과 쓰나미가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1983년 동해 중부 지진 때도 국지적으로 높이 10m가 넘는 지진해일이 일어났다. 동해안에서 해저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의 도달 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고 했다.

지진학자 산가와 아키라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토 반도에는 단층이 많이 존재해 일부가 활동했을 것"이라며 "이번 지진은 진원까지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여진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단층의 활동에 수반해 (지각에) 변형이 가해지며 지진이 발생하는데, 그런 현상이 차례차례 연동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단층이란 직선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노토 반도 외 다른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산가와 교수는 규모 8~9에 이르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지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이 30년 안에 일어날 확률은 80%로 예측되고 있다. 난카이 트로프는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의 태평양 연안까지 분포한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를 말한다.

산가와 교수는 "난카이 트로프의 거대 지진이 발생하기 수십년 전부터 노토 반도를 포함해 규슈에 걸친 서일본에서 지진이 많아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단층 활동기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2024 노토 반도 지진' 명명

일본 기상청은 "1주일 정도, 특히 앞으로 2~3일 사이에는 최대 진도 7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2024년(레이와 6년) 노토 반도 지진'으로 명명했다. 노토 지방에서는 3년 이상 지진 활동이 계속되고 있어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의 흔들림은 기존에 관측된 지진보다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진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인근 9개 현에서 9만7000여명이 대피했고 3만여 가구가 정전됐다.
오전 10시부터는 북부 연안에 발령됐던 쓰나미 경보도 모두 해제됐다. 운행이 중단됐던 신칸센도 오후 3시께 재개되는 등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인명 구조와 필요한 물자 수송 등 향후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