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란 남부 케르만에서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인 카셈 솔레이마니 사망 4주기 추도식을 치르던 중 폭탄이 터져 최소 95명이 숨진 가운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테헤란에서 열린 그의 추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으로 확전되면 이란 석유생산 차질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국제유가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이란에서 3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폭탄테러가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서열 2위 지도자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의심되는 테러로 사망한 뒤 곧바로 이란의 해외 무장단체 지원 책임자였던 카셈 솔레이마니 추도 4주기 기념식장 인근에서 폭탄 2발이 잇달아 터져 최소 95명이 사망했다.
아직 그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동맹국들에 이번 폭탄테러와 이스라엘은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이란이 개입할 경우 현재 홍해항로가 위협받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물류 차질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틀어쥘 경우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
호르무즈해협은 홍해 바로 옆의 해협으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협이다.
아라비아반도 왼쪽이 홍해, 오른쪽이 호르무즈해협이다.
호르무즈해협은 가장 폭이 좁은 곳이 약 21해리(약 39㎞)에 불과하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봉쇄가 가능하다.
CBNC에 따르면 유명 석유애널리스트인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츠 상품전략책임자는 분석노트에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홍해 봉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석유공급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크로프트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의 하루 석유운송 규모는 지난해 평균 1500만배럴에 이른다. 후티반군의 위협으로 차질을 빚는 홍해를 통해 운반되는 하루 물량 300만배럴의 5배 규모다.
크로프트는 분석노트에서 "이란이 이번 전쟁에 깊숙히 개입하면 역내 에너지 공급 위협이 극적으로 고조된다"면서 "이란은 대규모 석유자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항해를 파국으로 이끌 능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대통령이 2019년 경제제재를 가하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유조선들을 공격했던 점을 지적했다.
크로프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 어떤 행동이라도 취해지면 이는 유가에 즉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개입 우려
이란이 전쟁에 개입할 위험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해외 무장단체 지원을 책임지다 2020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사망한 솔레이마니 추도식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이란이 중동지역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배후일 가능성도 있다.
확전을 꺼리는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사실상 이미 확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달 이스라엘이 '여러 경기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이란을 포함해 7개 경기장에서 공격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2일 드론 공격을 통해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고위 간부를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다만 이란에서는 아직 이스라엘이 이번 폭탄테러의 배후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가 하마스 간부 암살 뒤 곧바로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과 다르다.
다른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있고, 이란이 확전을 주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테러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폭탄테러 배후가 누구인지 조사가 이뤄지면서 국제유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핵심 유전지대 시위 소식에 1.8% 하락하던 국제유가는 이란 폭탄테러 소식뒤 상승폭이 3%대로 확대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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