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후티 반군, 홍해 해상교통로 차단·공격 국제지정학적 위기 비화
-부정적 파급 효과 장기화, 글로벌 식량·경제 등 복합위기 가중 셈법
-한국, 반도국에서 해양국가로 인-태전략 전격 가동, 태세 전환 기회
-한국 주도 포괄적 해양 거버넌스 설계·추진에 시너지 발휘 가능 타이밍
-경제안보시대 홍해 위기 방치, 지구촌 주요 해상길목 위기 확산 우려
-한국에 해상교통로는 국익·번영의 핵심통로, 주도적·능동적 보호 나서야
-인-태전략의 승수효과 차원서도 적실성, 한국 해양전략 획기적 전환 필요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예멘의 시아파로 구성된 후티 반군이 초크포인트(Choke point)인 홍해에서 민간선박을 상대로 위협하고 심지어 공격까지 감행하면서 글로벌 해상교통로(SLOCs: Sea Lane of Communications)의 정상적인 기능이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물류업체인 퀴네앤드나겔에 따르면 총 330척의 민간선박이 후티 반군의 위협에 노출되었다고 할 정도로 후티 반군발 해상교통로 위협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의 20%가량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운송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티 반군의 해상 위협은 ‘중동 지정학’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지정학’ 차원으로 비화된 상태다. 미국이 다국적 해군으로 구성된 임무조직인 CTF-153을 강화하여 이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다.
한편 해상교통로 차단 문제는 신냉전의 부정적 파급효과라는 측면과 복합위기라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회성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발 빠른 대응으로 당장 후티 반군의 활동이 위축되더라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역학에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냉전이라는 과도기적 질서 속에서 규칙기반 질서가 도전받는 가운데 해상교통로도 위협을 받는 연쇄구조에 놓여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더욱이 식량안보, 보건안보, 기후안보, 기술안보, 경제안보, 군사안보, 핵안보 등 다양한 유형의 안보가 모두 연결되는 복합위기에 맞물려 해상교통로를 장악하려는 기제가 부상하고 있다. 해양의 주요 길목을 차단하면 이 같은 다양한 안보 역학에서 주도권 장악을 통해 전략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해양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복합위기를 가중시키려는 셈법이 작용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반도국가이기에 해양국가를 지향하지 않으면 국익 확장은 고사하고 코앞의 국익도 지켜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지리적으로는 해양국가지만 정책적으로는 반도국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독자적 인도-태평양전략을 전격 가동하고 있는 현재는 한국이 반도국가에서 해양국가로 태세를 전환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이러한 국가성격 규정 대전환은 해상교통로 수호가 중요해진 시기라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이 주도하는 포괄적인 해양 거버넌스 설계와 추진에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에게 해상교통로는 단순한 운송로를 넘어 국익과 번영의 핵심통로다. 경제와 안보가 융합되는 경제안보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양은 안보 문제의 대상영역이기도 하다. 문제는 신냉전이라는 국제질서와 연동되어 해상교통로의 위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말라카 해협이나 소말리아 인근 해역뿐 아니라 남중국해, 동중국해, 나아가 북극해까지 해상교통로 차단의 역학에 빠질 수 있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기고 사용해 오던 해상교통로가 신냉전 시대에는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역학으로 치닫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해상교통로가 한국에게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을 고려하면 한국이 홍해의 해상교통로 보호에 나서는 것은 미국 요청에 의한 ‘수동적 반응’이 아닌 주도적 역할 모색이라는 ‘능동적 설계’에 기반해야 한다. 이러한 능동적 해양안보 설계는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승수효과 차원에서도 적실성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청해부대를 넘어선 ‘청해부대+α’형 해외파병 아키텍처를 구상하며 해양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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