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사이의 주식 양도 소송에서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줬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한앤코에 넘어가게 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남양유업 지분을 52.63% 가지고 있는 홍 회장 일가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발표했다가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하고,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도 겪었다.
이후 홍 회장은 그 해 5월 대국민 사과 성명과 사의 표명을 하면서 남양유업 보유 주식 전부를 주당 82만원으로 한앤코에 매각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는 공교롭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각각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두 달 뒤 주식양도 안건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하면서 한앤코에 외식사업부인 백미당 분사, 가족들 임원진 대우, 사무실 이용 문제 등에 대한 협상을 요구했다. 주식도 이전하지 않았다. 결국 한앤코는 같은 해 9월 법원에 판결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일가는 2021년 5월 한앤코 대표를 만나 외식사업부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족에게 임원진에 준하는 예우를 계속 제공하다는 내용을 ‘확약’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법원에 항변했다.
또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의 자문 변호사와 한앤코 자문 변호사들이 모두 같은 김앤장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주식매매계약은 민법 제124조에 의거, 무효이거나 변호사법 제31조 법리에 비춰 사법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124조는 당사자 쌍방의 대리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반해 체결된 계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
아울러 자신들의 변호사들이 △단순히 법률 자문에 그치지 않고 주식매매계약서 초안 준비·수정·서명 날인을 받아 상대방과 계약서를 교환한 사실상 대리인 역할을 한 점 △5월 당시의 ‘확약’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변호사로서 조력을 당하지 않은 ‘배임적 대리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계약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1심은 ‘확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홍 회장 일가가 민법과 변호사법 판례를 거론하며 항변한 주식매매계약서 무효도 인정하지 하지 않았다. 배임적 대리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2심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리며 주식을 모두 넘겨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홍 회장 일가는 쌍방대리, 배임적 대리 행위에 대해 법리 다툼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상고심의 판단을 요청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쟁점 또한 이 부분이 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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