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 4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질의응답서 밝혀
“오너 자산 워크아웃서 1원도 포함치 않아…따로 파킹했나”
“11일 이후 이 이슈 없을 것…협의회 때 어떻게든 결론낸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1.04. kmn@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자구안을 두고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사재출연 문제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재원을) 단돈 1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윤세영 창업주와 윤석민 회장 등 오너일가가 33.7%를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며 태영그룹을 압박했다. 이복현 원장은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며 이번 주말 내로 태영건설이 새로운 자구안을 만들어 협의하지 않으면 추후에 워크아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임을 경고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를 나눈 뒤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주된 플레이어는 아니다"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채권단의 입장을 빌어 전날 채무자설명회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더 높은 강도의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그는 "당국도 워크아웃 신청시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이 시작 직후부터 지켜지지 않은 데에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제일 앞단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태영것설 지원에 전혀 쓰이지 않고 총수 재산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데 쓰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팔아 총 2400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돈을 지주사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것은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고 오너일가의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하고 있다"며 "오너일가는 자회사 매각 등으로 수백억 수천억의 현금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워크아웃 계획에는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바인딩한(구속력 있는) 형태로 공헌할 계획조차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호황기에 태영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도맡으며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벌었고 그 상당 부분이 오너일가 재산 증식에 쓰였다"며 "그런데 부동산 침체에 들어가자 수분양자, 채권자가 이것을 떠안았다"고 강조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견리망의(見利忘義)'도 언급하며 "태영 측이 최초 워크아웃 신청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 의심된다. 당국도 채권단의 입장에 수긍이 간다"고 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도 성격이 다른데 회장 개인이 보유한 게 있고 회사(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게 있는데 그나마 (태영건설 지원에) 쓴 것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가 가진 개인명의 자금은 아예 따로 파킹된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도 말했다.
태영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에 선을 긋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티와이홀딩스 지분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SBS는 (오너일가) 본인들 핑계로 방송법상 추가 담보가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제약이 있다고 하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티와이홀딩스 자체는 상장법인인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들이 (지분을) 갖고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은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태영홀딩스는 상장법인데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으니 그 지분으로 유동성 지원이라든지 하는 게 채권단이 원하는 지점이라고 전해들었다"고도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이 원장은 "시한이 1월11일인데 이런 방안에 (채권단이) 무조건 동의해라 할 수는 없다"며 "최소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본인들부터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그 이전에 (태영그룹으로부터) 제시가 되고 협의가 돼야 한다.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니까 (추가 자구안 제시가) 이번 주말을 넘으면 안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를 묻는 질문에는 "각론들을 풀어가면 워크아웃 결론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금융당국은 지금 같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하에서 채권단에 무리하게 떠안으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떤 경우의 수에 다다르더라도 시장안정, 이해관계자 이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오해나 간극을 해결할 부분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며 "시장안정 조치는 다양하게 선제적으로, 과도할 정도로 충분히 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드린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