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중저가 단말기 늘린다고 통신비 부담 줄까

[기자수첩] 중저가 단말기 늘린다고 통신비 부담 줄까
구자윤 정보미디어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방안의 하나로 중저가폰 출시 확대를 내세웠지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계통신비 부담의 상당 부분이 프리미엄 기종 위주의 단말기 가격이라는 점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도 독려하고 나섰다.

정부와 협의해 삼성전자는 30만∼80만원대 단말기인 갤럭시S23FE, 갤럭시점프3를 지난해 말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갤럭시A25를 시작으로 총 3~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폰플레이션'(스마트폰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라는 신조어로 제조사와 통신사를 압박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중저가 단말기를 많이 내놓는다고 해서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국내 소비자는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800달러(약 105만원) 이상의 플래그십 제품군 점유율은 전년동기 대비 16.4%p 상승한 73.7%에 달한다.

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 인도, 중동, 남미 등에서도 플래그십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이 선호하지 않는 중저가폰 출시를 늘려도 제조사와 통신사 입장에선 남는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 저가 라인업인 갤럭시M, 갤럭시F 시리즈를 국내에 잘 출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그저 저렴한 휴대폰을 원하는 게 아니다.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기 전만 하더라도 이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정보에 밝은 소비자들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밤새워 줄 서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 차별을 없앤다는 이유로 단통법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는 모두 비싼 가격에 휴대폰을 사야 했다. 실제로 단통법 도입 후 통신 3사는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은 늘어났다. 이 정도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는데, 굳이 왜 다른 데서 방법을 찾는 걸까.

이 와중에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을 과다지급하는 판매상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폰파라치' 제도를 부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solidkj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