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은 증거 능력 없어"
"의뢰·제작·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은 형법상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미지=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인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의뢰해 전송받고,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던 A씨.
그러나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특정 제작자에게 의뢰해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을 합성한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17차례 만들고(음화제조교사), 피해자를 비방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송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2016년 7월께 지하철과 학원 강의실 등에서 치마를 입을 여성의 다리를 포함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을 휴대폰으로 동의 없이 6차례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도 받았다.
A씨 범행은 그해 말 자신이 잃어버린 휴대폰을 우연히 피해자가 입수해 경찰에 고소하면서 수면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A씨의 휴대폰을 증거물로 임의 제출했고, 경찰은 압수한 뒤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쳐 삭제된 파일을 전부 복원했다.
다만 경찰은 이 과정에서 휴대폰 속 파일 전부를 제출하는 것인지 피해자에게 묻지 않았다. 또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휴대폰 압수했고 A씨를 불러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파일을 확인하면서 A씨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도 않았다.
A씨가 군입대한 뒤에야 군검찰이 이런 절차를 모두 거친 후 A씨를 기소하면서 음란합성사진이 담긴 파일을 증거로 다시 제출했다.
1심과 2심은 음화제조교사, 성폭력처벌법, 명예훼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아니라 휴대폰 실제 주인인 A씨에게도 참여권 등 절차적 권리가 보장돼야 했다고 대법원은 인식했다.
따라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는 위법하며,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물 가운데 경찰이 수집한 A씨 휴대폰 속 파일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의뢰·제작·전송받은 ‘음란합성사진 파일’의 경우 형법 제243조와 244조에서 처벌 규정한 음란한 도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14일 이런 이유로 A씨 혐의 중 음화제조교사, 성폭력처벌법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선고했다. 명예훼손 부분은 유죄가 인정됐지만 다른 혐의와 경합범 관계에 있다며 원심 판결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고등군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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