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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도 미 명문대 중국학생은 증가

엘리트 부유층의 대안, 부의 분산, 취업 시장 매력 등


미중 갈등에도 미 명문대 중국학생은 증가
미국 대표적인 명문대학인 매사추세츠 공대의 대형 돔 건물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패권 경쟁과 갈등으로 두 나라의 인적 교류도 크게 위축됐지만, 하바드대학 등 미국의 최상위 대학에 입학하는 중국 유학생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유학 온 전체 중국 유학생 수가 지난 4년 동안 줄었지만, 하바드·예일을 비롯한 최상위 대학에 입학한 중국 유학생들은 같은 기간 더 늘었다.

5일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국의 대학·대학원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입학한 중국인 정규 유학생은 2018년에 비해 20% 가량 감소했다.

반면, 미국 대학 가운데 종합순위 '탑 텐(10)' 가운데 7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같은 기간 33%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은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등 7개 학교다. 지난 2022년에는 이들 7학교 학위 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이 1만26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3분의 1이 넘는 36%를 차지했다.

전체 중국 유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미·중 관계가 나빠지고, 첨단 산업 분야의 기술정보 유출을 우려하면서,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학생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국 학생들에 대한 입국 제한까지 더 해져 학생 수도 줄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미국 최상위 대학에 들어오는 중국 유학생들이 증가한 것은 중국의 최상위 엘리트와 부유층들의 인식과 선호도를 보여준다. 이들은 국내외 정세와 경제 상황 나빠지고 미래가 더 불확실해질수록 자식들의 미국 명문대학 입학과 졸업장을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으로 생각하고 대상 학교 진학에 더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 유학하고 있는 한 산둥성 출신 유학생은 "중국 부유층의 대부분은 국내 정치 정세가 나빠졌을 때 미래를 위한 '보험'으로서 자녀들을 미국의 명문대에 유학 보내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한다"라고 IIE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엘리트층과 부유층들이 자녀 세대의 미국 명문대학 입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를 분산시키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IIE의 조사 결과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인이나 졸업생 대부분은 미국 외 다른 나라를 유학지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은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제3 세계 출신의 미래 지도자와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고려했다. 또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고 그 여파로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이유로 분석된다.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16~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20.4%에 달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하자 지난해 8월부터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한 상태다.

한편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이유로,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 기술이나 전략적 분야 등의 중국인 대학원생에 대한 심사를 더 엄격하게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중국인 유학생 500여명에 대해 대통령령 10043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앞서 2020년 5월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빼내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포고령 10043호를 선포했다.

주중 미국대사관에 따르면 2019년 1만1000여명에 달했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350명으로 급감했다. 중국 내 외국인에 대한 정책의 불투명성 증가와 예측 가능성이 더 떨어지면서 중국으로 오는 미국 청년들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