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넥슨을 상대로 116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한 처분이다.
공정위의 판단 경위에 대해서는 여러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 내용은 생략하고, 이번 건과 흡사한 내용의 민사소송건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려 한다. 공정위 처분 내용이 민사 판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일단 소송의 내용부터 보자.
이번에 공정위에서도 지적한 소위 ‘보보보 사건’과 관련해 과거 한 게이머가 큐브 아이템 구매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다. 지난해 1월 19일 2심 결과가 나왔는데, 원고가 반환 청구한 금액 중 57만2265원에 대해서 넥슨이 배상하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었다. 비록 본래 청구한 금액의 5%에 불과한 금액이었으나 그 여파는 매우 컸다. 향후 게임 이용자 권익 향상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판결이어서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연쇄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넥슨은 당연히 대법원에 상고했고 곧이어 원고인 게이머 측에서도 부대항소장을 제출했다. 부대항소란 상대방의 항소에 피항소인도 항소하는 것으로 판결에 불복해 본인도 판단을 받겠다는 의미다. 이후 넥슨 측에서는 세 차례나 상고이유보충서를 추가로 제출한 상태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 시니리오도 있겠으나 6월 22일자로 심리불속행기간을 도과했다. 즉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법원에서 판단을 내리겠다는 말이다.
여기까지가 경과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공정위 처분이 이 소송에 과연 어떤 영향이 있다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사 측 변호인들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첫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특성상 게이머간 밸런스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옵션조합 설정을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부당한 것이 아니다. 둘째, 게이머들이 큐브를 구매하는 목적이 어떠한 특정 옵션조합을 얻기 위해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보보, 방방방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셋째, 현행법 및 약관에서 큐브 옵션조합의 각 획득확률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원고 측의 소 제기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 넷째, 원고는 보보보, 방방방 등 특정 옵션조합이 메이플 유저들에게 최종 목표처럼 주장했으나 소위 '보보보' 사건 이후에도 큐브 아이템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상 주요 상고이유다.
([이도경의 플레e] 대법원으로 간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건', 게임사 대법원 전략은? 2023.06.10.)
본래 대법원 상고심은 법률심이므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 이를 가지고 다툴 수는 없고, 법률판단에 대해서만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처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의 각 상고이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 하나만 여기에 소개한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이러한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다.
즉 게이머 측에서는 공정위의 처분 사유를 근거로 상고이유서의 각 주장에 대해 반박할 수 있다. 이번 공정위 발표가 넥슨에게 더욱 뼈아픈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이 두 건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추측컨대 넥슨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에 대해 불복해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 행정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만일 공정위의 이번 처분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대법원에서도 불리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다시 말해 게임사는 민사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라도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예상대로 양자간 행정소송이 벌어질 경우, 대법원은 그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판결 시점도 중요해진다. 대법원에서 이용자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다른 게이머들이 같은 내용으로 무한정 소송을 걸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민법 제110조의 ‘의사표시 취소’권리는 추인가능일로부터 3년 내에만 행사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추인할 수 있는 날은 취소사유의 인지 시점일인 넥슨 2차 공지일, 즉 2021년 3월 5일이다. 따라서 의사표시 취소 권리는 2024년 3월 5일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때를 넘겨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이용자들의 추가적인 연쇄 소송 제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소송중인 이용자와 같은 ‘아이템 매매에 대한 취소권 행사’ 방식이 아니라 ‘상품구매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라는 선택지도 있다. 이 경우 이번 매매대금 반환 청구건과 요건사실이 일부 다를 수 있지만, 동일한 사실에 기반한 것이므로 법원 판결도 동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경우 이를 상사채무로 보면 시효가 5년이 되므로 2026년 3월 5일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건과 민사소송건 모두 게임 이용자 권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게이머들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두 사건 모두 눈 여겨 보자. 떼어놓고 보면 별개의 건이지만, 붙여놓고 보면 여러모로 연관성이 깊다.
정리/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