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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벤처캐피털 자본 조달, 6년 만에 최저...전년비 60% 급감

[파이낸셜뉴스]
미 벤처캐피털 자본 조달, 6년 만에 최저...전년비 60% 급감
미국 벤처캐피털 자본조달이 지난해 전년비 60% 급감한 67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서 한 남성이 문 앞에 은행 붕괴와 관련한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지난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본규모가 6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붐을 타던 스타트업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속에 현금이 바닥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이 연초에 인출사태 속에 붕괴된 것도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자금난을 심화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이하 현지시간)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와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미 벤처캐피털 자본 모집 규모는 670억달러(약 88조원)에 그쳐 2022년 1730억달러에 비해 60% 급감했다.

2022년은 벤처캐피털 자본 조달 사상 최고의 해였다.

전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사정은 더 열악하다. 지난해 전세계 벤처캐피털 자본 모집 규모는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반 자본조달 가뭄에 시달렸던 스타트업들이 더 큰 시련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40% 넘게 폭등하는 등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벤처캐피털들 역시 추가 투자에 부담을 느끼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비상장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이미 하락이 시작됐다.

피치북 벤처캐피털 분석 책임자인 카일 스탠포드 애널리스트는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스트타업 상당수가 비상장 업체들로 어려움을 더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포드는 이들은 앞으로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면서 난관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벤처캐피털 자금이 제한적이다보니 스타트업들 간에 이 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자 연기금, 보험사, 대학 기금, 재단 등 벤처캐피털 파트너들이 발을 빼면서 벤처캐피털 자본 모집이 어려움에 처했다.

이때문에 인사이트파트너스, 타이거글로벌 등 주요 벤처캐피털이 지난해 어려운 환경을 이유로 자본조달 목표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신규 자본조달이 어려워지자 미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위축됐다.

피치북과 NVCA에 따르면 지난해 미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모두 1710억달러로 2021년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금리만 벤처캐피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아니다.

지난해 증시 고공행진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지지부진해진 탓에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부담이 높아진 것도 투자위축을 불렀다.

지난해 IPO에 나선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 미 온라인 신선식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 광고소프트웨어 업체 클라비요 등이 기대와 달리 상장 이후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하반기 기대됐던 IPO 붐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해 스타트업 IPO 규모는 뉴욕증시의 경우 615억달러에 그쳐 정점을 찍었던 2021년 7970억달러의 10분의1에도 못 미쳤다. 유럽에서도 스타트업 IPO는 120억유로가 채 안돼 10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