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학원 유명강사가 제공한 모의고사
재작년 수능영어 23번 문항 지문과 유사
[지난해 11월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의 23번 문항.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교육부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문항이 대형 입시업체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혹에 대해 뒤늦게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입시학원 강사 교재 지문과 비슷하게 출제된 배경에 대해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항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다.
그러나 문제 출제 직후 입시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해당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능 직후부터 닷새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접수된 총 660여건의 이의 신청 가운데 100여건이 23번 문항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의 신청자들은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시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와 관련해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신청이 아니라며 심사 대상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평가원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지문의 출처가 동일하지만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판매된 문제집은 미리 확인하지만 강사들이 개별적으로 강의 시간에 제공한 문제는 확인이 어려워 검토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능이 끝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 돌연 입장을 바꿨다. 교육부가 사교육업체와 수능 출제위원 등 사이의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출범한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에 똑같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감사원 역시 교육부와 평가원이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조처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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