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환자에 '치료 공동체' 첫 도입한 '마약치료 1세대'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독은 질병이죠.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떠나서 질병 자체는 의지와 상관 없어요. 병은 '걸리고 싶다'고 해서 걸리는 것도 아니도 '없어져라'라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9일 기자가 만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의 말이다. 조 병원장은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과 함께 '마약치료 1세대 의사'로 꼽힌다. 남경필 J&KP 대표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모색중이기도 하다. 조 원장은 "사람들은 이미 마약을 한 사람들에게 '불법 행위를 했다'며 비난하고 재범을 하면 개인 의지 문제로 치부한다"면서 "중독은 뇌질환인데, 마약 재범자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의사들은 만성질환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치료 공동체' 국내 첫 도입
조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학 75학번으로 의료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를 따고 군의관으로 제대하면서 1988년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현 국립법무병원)에 입사했다. 1990년대부터 마약류 투약자들이 치료감호 대상이 되면서 마약류 중독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치료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조 원장이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이 개념은 지금도 국내 마약중독증 치료의 기본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치료적 공동체란 환자와 치료자가 한 가족처럼 24시간 같이 지내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중독 증상을 '1일 2회'같은 형식적 처방이나 단순 조치만으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마약중독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국내에 없다 보니 해외 학회를 찾아가거나 연수를 통해 노하우를 익혔다"며 "치료적 공동체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널리 쓰였는데 제가 이 방법을 1996년 국내에 도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장을 맡아 '중독브레인센터'를 개소했다.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강남을지병원을 중독증 치료 허브로 만들었다. 2015년에는 강남을지병원을 '치료보호기관'으로 등록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 전체 환자(267명)의 50.9%인 136명을 치료할 만큼 높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마약류 사범을 치료하면 치료할수록 적자는 쌓여만 갔다. 실제 치료보호기관으로서 활동화던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할 연체금이 5억원이나 쌓여있었다. 조 원장은 "메리트를 줘야 한다. 마약류 중독증 치료는 일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10배 더 힘들고 스트레스와 부담도 많다"면서 "그런데 수가는 똑같이 적용되니 의사들이 마약류 중독증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한다. 힘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 마약류 오남용 많아져"
조 원장은 오랜 기간 중독자들을 만나오다 마약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불법 마약 중독자가 많았는데 요즘엔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불법이 아닌 합법 마약류가 오남용되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마약범죄의 위험성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일반적인 형사 범죄보다 높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평균 35.3%로 일반적인 범죄 재범률의 평균(24.6%: 2021년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그는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 원장은 "치료 중심으로 접근해야 재범률을 더 많이 낮출 수 있다"면서 "치료에 방점을 둔다고 해서 단속하지 말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속도 강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적발되고 이들이 결과적으로 치료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독은 질병이라는 공감대 필요해"
마약중독 치료는 정부가 정책을 펴기에도 일부 한계가 있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를 치료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이런 비판에 빠지다 보면 중독자가 더 많아저 결과적으로 사회적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본인이 좋아서 마약을 하고 범죄자가 됐는데 이걸 왜 국가가 치료하느냐고 비판하면 우리 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중독증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범이 많아지면 타인도 피해를 입는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치료하는 것이지 개인의 복지를 위해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증 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효과적 치료가 꼭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원장은 예방 교육 역시 '마약류 중독증=질병'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류 중독증은 뇌질환이고 뇌의 변화가 오는 것이다. 마약류를 투약했던 강렬한 기억이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라며 "근데 기억이란 것은 없앨 수 없으니 기억이 안 나도록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즉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질병이므로 무서운 것이다.
이같은 프로세스를 예방 교육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마약 근절 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가 꼭 필요하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민들이 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지 않고 단순한 '나쁜 행동' 정도로 보면, 중독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매몰되고, 범죄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불법이니 하지마라'가 아니라 중독이 한번으로 시작돼 점차 진행이 되면 질병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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