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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전국의사들 '이재명 헬기이송 논란' 정쟁화

홍준표 "사람 목숨은 정쟁거리 아냐"

[파이낸셜뉴스]부산시의사회가 촉발시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헬기이송 비난행렬이 전국 시·도의사회로 연일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의사단체는 피습당한 이 대표를 고발하면서 정쟁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괴한의 칼에 맞아 경정맥 손실을 입은 제1 야당대표가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것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도·광주·서울 지역의 시·도의사회가 이 대표의 헬기이송에 대한 특혜비판 성명을 연일 내고 있다. 칼에 찔려 자상을 입은 이 대표를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 것은 지역 의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고 응급 의료전달체계를 붕괴하는 특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지역 의료계가 아닌 서울시의사회까지 이 대표 비난에 나서면서 정쟁화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측은 "헬기 특혜 이송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라고 지적한 부산시의사회에 십분 공감한다"고 동조했다. 광주시의사회와 경남도의사회 등도 이 대표의 서울행을 특혜라고 비판하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의사 단체로부터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와 같은 당 정청래 의원, 천준호 의원을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 대표가 헬기로 서울로 이송되면서 양쪽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고,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헬기 이송을 요청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야당 대표가 국회의원을 동원해 이송을 요청한 건 의료진에 대한 갑질이고 특혜 요구"라며 "진료와 수술 순서를 권력으로 부당하게 앞지른 새치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표의 수술을 한 서울대병원은 그의 전원이 절차에 따른 것으로, 수술의 난도도 높았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다친) 속목정맥이나 동맥 재건은 난도가 높고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피습됐던 이 대표는 최초 병원으로 이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피습 당시 신고부터 응급차 도착까지 23분이나 걸렸다. 구급차 도착이 늦어진 것이다. 당시 인근 안전센터의 모든 구급차를 일반 환자들이 이용중이어서 피습당한 이 대표 이송을 위한 응급차는 다소 늦게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당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야당 대표는 국가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여덟 번째 서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 의사를 존중해서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다. 그걸 두고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서울수서역 버스 정류장에 가면 오늘도 삼성병원에 가려고 SRT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셔틀버스 타려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며 "그건 왜 비판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홍 시장은 "사람 목숨도 정쟁거리가 되는 시대, 참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뿔난 전국의사들 '이재명 헬기이송 논란' 정쟁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