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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근무 장소·시간 선택하자 생산성 높아졌다 [유연근무 신노동개혁 이끈다 (중)]

업무공백 없이 숙련된 인재 확보
선택·재택·원격근무·시차출퇴근
정부, 근무혁신 우수기업에 혜택

직원이 근무 장소·시간 선택하자 생산성 높아졌다 [유연근무 신노동개혁 이끈다 (중)]
#. 포스코는 2020년 7월 국내 최초로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직무여건이나 육아환경에 따라 하루 8시간 또는 4시간, 6시간 단축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했다. 눈치 보느라 재택근무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부모를 위해 부서의 직책자에게 육아기 재택근무 대상자를 알리고 제도 활용을 권장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이용은 2019년 23.8%에서 2022년 34.8%까지 올랐다.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에 따라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도 정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율성·유연성에 기반한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의 선택권을 높여 일·생활의 조화 속에 창의성을 발휘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직장인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 중 하나인 러시아워를 피하거나 자녀 등·하원 시간에 맞춰 출퇴근할 수 있게 해 고민을 덜고 오히려 일하는 동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 중인 기업은 위에서부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출퇴근 가능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하는 유연근무제는 선택·재택·원격근무, 시차출퇴근 등이 있다. 선택근무는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업·종업 시각 및 1일 근로시간 등을 근로자가 결정하는 제도이다. 원격근무는 보통 사무실에서 수행하는 일을 주거지, 출장지와 인접한 원격근무용 사무실에서 처리하거나 외부 장소에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시차출퇴근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실제 기업들은 이같은 유연근무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제조업 도메인 결함 검사를 AI 기술로 자동화하는 기업 세이지리서치는 '주 39시간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대표되는 자유로운 출퇴근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어타임인 오전 10시30분~오후 3시30분만 준수하면 주 40시간 동안 유연하게 출근할 수 있는 식이다. 세이지리서치는 연차 외에도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등 가족 행사가 있는 경우 연 10일까지 별도의 유급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세이지리서치는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정부가 선정하는 근무혁신 우수기업이 됐다.

마찬가지로 근무혁신 우수기업에 선정된 IT기업 ㈜정도유아이티는 반차를 쓰지 않고도 오전에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출근시간을 조정하는 '오전 연동제'를 도입해 연차 없는 신입사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근시간을 미리 정할 필요 없이 각자 자율적으로 정하고, 늦게 출근한 만큼 퇴근시간을 늦추는 업무방식이다.

■경영자 의지가 유연근무 성패 좌우

이처럼 유연근무 활성화에 CEO 의지는 절대적이다. 실제 소액 해외송금, 전자지급 결재 대행업을 하고 있는 ㈜센트비는 대표자가 직접 재택근무에 대해 직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재택근무의 제도적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에 조항을 신설했다. 또 재택근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툴 마련, 솔루션 배포를 통한 보안프로그램 개선 등의 노력도 기울였다. 특히 재택근무에 관한 내부지침을 상세하게 마련해 근로자들이 눈치 안보고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들의 효율적 업무 수행 등 재택근무의 목적, 조직장의 결재 원칙 등 구체적인 사용 방법을 명확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절반이 넘는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활용 중이다.

유연근무를 적극 도입 중인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육아기에 있는 직원이 대부분 대리·과장급인 30대인만큼 유연근무를 통해 업무공백 없이 숙련된 인재들을 확보하는게 좋다는게 회사의 판단"이라며 "회사도 장기적인 계획으로 보면 좋고 직원들도 좋은 윈윈전략"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