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난민 브로커 접근, 1인 5000달러 받고 허위 서류 꾸며
공개된 행정소송 1080건중 3건만 난민 인정돼
법무부, 난민 심사 강화 추세
"OECD 기준, 난민 인정 확대할 필요"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 A씨는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접근해 허위 난민 서류를 꾸며주고 돈을 받았다. "갱단으로부터 위협받았다", "동성애자인데 말레이정부로부터 박해 받았다" 등의 사유였다. 이와 함께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까지 함께 허위 제출토록 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해 11월 27일 A씨 등을 적발해 구속송치했다.
#. 카자흐스탄인 B씨는 지난 2020년에 입국 한달여 만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법무부가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B씨는 "내가 동성애자인데, 자국에서 차별과 성폭행 등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자국에서 공개적으로 성적 지향을 밝힌 사실이 없고, 동성연인과 교제한 사실도 없다"며 B씨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 서울행정법원이 공개한 지난해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허위 난민 소송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이때문에 허위 서류를 꾸며주는 '가짜 난민 브로커'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서울행정법원 '난민 인정' 판단 3건 불과
10일 파이낸셜뉴스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처리한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사건 1080건을 분석한 결과,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건은 3건에 불과했다. 1심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법원의 판단 기준이 엄격한데다 사실상 허위 사실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가짜 난민 브로커들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6년 2월엔 가짜 난민 브로커인 이집트인 C씨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C씨는 2015년 3월 이집트 현지 모집책 등 3명과 짜고 이집트인 12명에게 1인당 4000~5000달러의 알선료를 받고 허위로 난민신청을 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신청자가 귀국할 경우 예상되는 심각한 박해 위협 등에 대한 구체적 증빙이 필요하다. 캄보디아 국적의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지난 2015년 유학(D-2) 체류자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온 뒤, 2018년 구직(D-10) 체류로 자격 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캄보디아 독재정권에 맞서 본국을 위한 민주화운동을 전개했고, 이 활동이 캄보디아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A씨는 2020년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인정을 신청했다 거부 당하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소송을 내 법원의 인정을 받아냈다.
법무부, 난민법 개정 추진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해도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2022년까지 난민인정 신청 건수는 8만4922건으로, 4만6506건에 대한 심사가 완료됐고 이 중 난민이 인정된 경우는 1338건으로 집계됐다. 난민 인정률은 신청 건수 기준 1.6%, 심사 완료 건수 기준 2.9%에 불과한 셈이다.
정부는 난민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최근 난민 불인정 및 추방 사유를 추가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쳤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난민 불인정을 결정하고, 난민으로 인정된 후에도 해당 사유가 밝혀질 경우 인정 처분을 취소·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테러리스트, 테러 우려자 등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유입이 증가하면서 테러 위협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이 난민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난민 인정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주 변호사 등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들은 '한국사회의 난민인권 보고서'에서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지난 2022년 2%대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인정률인 23%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치"라며 "인정률을 국제 수준에 부합하도록 높여 난민보호에 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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