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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무실 5곳중 1곳은 '텅'… 공실률 최고

팬데믹 후 재택근무 확산 여파
19.6%로 집계 시작 이래 최악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겪은 미국에서 비어 있는 사무실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 사무실 수요가 줄었기 때문인데 경기 침체보다 근무 형태가 바뀐 만큼 한동안 공실률이 내려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CNN 등 현지 매체들은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시장조사기관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부동산 시장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사무실이 썰렁해졌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미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19.6%에 이르렀다. 이는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약 44년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지난해 4·4분기 공실률은 1년 전(18.8%)보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종전 최고치(1986년·1991년)였던 19.3%를 넘어섰다.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1979년 6.4%에서 1991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2000년 7.9%까지 떨어졌다. 공실률은 이후 다시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에 12.3%를 기록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16.8%였다.

공실률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를 채택했고 상당수가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근무 형태 변화로 사무실 임대 수요가 줄었지만 편의 시설이 많고 1급 상권에 위치한 새 건물의 경우 여전히 사무실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홍보나 모임, 교육, 협력 목적으로 물리적인 사무실을 유지하려는 임차인들이 1급 상권의 새 건물을 선호한다며 규모가 유동적이거나 작은 사무실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출퇴근에 유리한 교외 건물들이 일반 도심의 사무실보다 인기가 많다고 분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보고서 발표 당일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과잉도 문제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저금리 대출을 바탕으로 사무용 건물 건축이 유행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텍사스주 등 토지 가격이 저렴하고 규제가 적었던 남부에서 성행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1990년 불황에 빠졌고 너무 많이 지은 사무실들은 고스란히 공실로 남았다. 공급과잉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무디스애널리스틱은 현재 공실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텍사스주 휴스턴과 댈러스, 오스틴을 꼽았다.

WSJ는 팬데믹 이전에 계약한 사무실 임대 계약의 약 절반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미국 내 공실률이 더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 사무실 가격이 2020년 초의 고점 대비 43%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CNN은 공실률이 올라갈수록 도심에서 사무실 근로자를 상대로 영업하던 식당 등 소규모 사업체들이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사무용 건물과 관련된 상환 또는 재융자 대상인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1170억달러(약 153조4572억원)로 집계됐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미국 내 605개 건물 중 224개가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추산했다.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