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쏟고 간 초등학생, 1시간 뒤 다시 와
"죄송합니다" 손편지와 1000원 지폐 남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무인카페에 얼음을 쏟고 떠난 초등학생이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와 사과 쪽지와 현금을 남기고 갔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3년째 무인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학생의 선한 영향력에 감동받는 하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전날(8일) 폐쇄회로(CC)TV를 통해 가게를 살피던 중 바닥에 얼음이 쏟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를 돌려본 A씨는 초등학생 손님이 기기 작동 미숙으로 얼음을 쏟은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컵을 꺼내서 제빙기에 올려놓고 얼음을 받아야 하는데 컵을 꺼내지 않고 그냥 레버를 눌러서 얼음으로 난장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황해하던 초등학생은 뒤늦게 컵을 꺼내 음료를 받았고, 바닥에 떨어진 얼음을 치우려고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A씨는 "황급히 자리를 뜨더라.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라며 "그래도 어차피 저 학생은 음료 값을 지불했고 나는 청소를 노동 값이라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후 그날 저녁 매장을 찾은 A씨는 선반 위에서 연습장을 꼬깃꼬깃 접어 쓴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다시 CCTV를 돌려본 A씨는 얼음을 쏟은 초등학생이 1시간여 지난 뒤 매장을 다시 찾아 쪽지를 두고 간 것을 확인했다. 이 학생은 CCTV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하는 듯 허리를 숙이는가 하면 쪽지를 봐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학생이 두고 간 쪽지에는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고 치우겠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학생은 쪽지와 함께 1000원 짜리 지폐 한 장도 함께 두고 갔다.
A씨는 "3년 동안 영업하면서 지쳐왔던 제 마음을 싹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라며 "학생은 자기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성의 금액이었는지 1000원을 끼워 놨다. 초등학생에게 감동을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0원은 지갑 속에 고이고이 넣어둘 것"이라며 "학생의 마음은 잘 받았고, 이제 제가 받은 걸 돌려줘야겠다.
구매 이력이 남아서 학생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다. 제가 언제까지 영업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이 학생에게는 영업을 접는 날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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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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