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호·안용찬 금고 4년형…나머지 임직원들도 유죄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왼쪽)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인체에 유해한 유독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안승훈·최문수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금고 4년을 선고했다.
함께 법정에 선 SK케미칼·애경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나머지 임직원 11명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금고 4년이 각각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임직원들로서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 후에도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일부 피고인의 경우 가습기 제품 용기에 허위 사실이 기재되도록 한 업무상과실까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며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거듭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고, 현재까지도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1월 1심은 CMIT·MIT가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MIT, MIT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CMIT 및 MIT 살균제는 유죄판결을 받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과는 성분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인 동물실험 결과의 간접적·보충적 성격을 오해해 그 실험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해당 실험을 수행하거나 검토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 의미를 간과했다"고 원심 판결을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폐질환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에 달하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262명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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