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 초고령사회 진입 확실시
연금·노동개혁 등 더 늦춰선 안돼
국내 인구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난 1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구(631만 9402명)는 2022년보다 23만여명 불어났지만 20대 인구(619만 7486명)는 22만여명 줄어 처음 역전됐다. /사진=뉴스1화상
지난해 우리나라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지난 10일 발표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은 631만9402명, 20대는 619만7486명이었다.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지난해 70대 이상은 전년보다 3.9% 증가했고, 20대는 3.4% 감소했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예상된 일이긴 하나 주민등록 기준의 첫 역전이어서 고령화 대책이 발등의 불이 됐음을 실감케 한다.
올해는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시작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현재 약 19%로 목전에 있어 연내 진입이 확실시된다. 출생 당시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렀던 소위 '58년 개띠'에 이어 올해 84만여명의 1959년생이 65세가 되어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는 영향이다.
초고령화는 풀어본 적 없는 새로운 숙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크게 보면 노동력 고갈, 재정난 심화, 복지비용 가중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동반해 심각성이 더욱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미 한국 인구는 감소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초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한다"며 세계 13위권 경제국가 한국의 소멸을 걱정하는 칼럼을 게재했을 정도다.
인구 감소는 여러 문제를 수반한다. 우선 생산가능인구 급감이다. 2022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3593만명으로 전년보다 35만명 줄었다. 강원도 원주(36만명) 인구 정도의 생산인력이 없어졌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노인 부양을 위한 재정이 쪼그라든다.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인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극저출산(합계출산율 0.7명), 초고속 고령화가 지속된다면 2060년엔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125명을 부양해야 한다. 2055년 고갈될 국민연금 개혁을 계획대로 완수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다. 기초연금을 현재 32만원 선에서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했지만 빈곤 해결책을 더 고심해야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기초연금 인상에도 최소 10조원 이상 더 필요하다. 기초연금 수급자도 2030년 후반에는 1000만명을 넘어선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서 2028년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노인 부양을 위해 젊은 세대는 물론 '좀 덜 늙은' 세대들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회보장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초고령사회의 대책을 찾는 데 범정부적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내실 있는 노인 일자리 창출은 그 첫째다. 고령근로자 계속고용 인센티브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숙제도 공론화에 부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년연장도 마냥 미룰 일이 아니다. 제3지대 신당이 총선 공약으로 정년과 호봉제를 동시에 없애자고 제안한 것은 그래서 주목할 대목이다.
더불어 큰소리치던 노동개혁도 속도를 내야 한다.
중앙·지방 공무원들도 한 해 수십조원 규모의 고령사회 지원예산이 어디에 어떤 게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흩어져 있는 대책도 다시 한번 가다듬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일본은 이미 설치한 인구정책 전담부처를 우리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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