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집권 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의 경고에도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 부총통을 총통으로 선출했다. 이번 선출로 3임기 연속 민진당 소속 총통이 집권하게 됐다.
대만뉴스 매체 포커스타이완은 14일 이번 총통 선거 승부는 중국 문제를 보는 시각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 보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20~39세인 청년 유권자들은 안보나 양안관계 보다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을 원했음에도 민진당의 라이 부호가 당선됐다.
국민당이 비록 중국과의 관계 면에서는 나을지 몰라도 대만의 주권을 양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고 대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민진당의 시각이 유권자들을 더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인들이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현정부의 정책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프랭클린 앤 마셜 칼리지의 부교수 옌웨이팅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많은 대만인들이 대만과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과 긴밀해지려는 차이잉원 현 정부의 접근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친중 성향 후보 선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국 웨스턴켄터키대의 대만정치 전문가인 티머시 리치 교수는 VOA에 보낸 e메일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중국에 대한 회유적 접근을 놓고 대만내 의견의 일치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동안 라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와 독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선전해온데 비해 허우 후보는 '전쟁'이냐 '평화'냐라고 강조해 왔다.
VOA는 이번 선거 결과에 일부 대만인들은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가져 중국의 위협에 더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는 중국의 경제와 군사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은 사실상 주권국가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자유진영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원함을 보여줬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중국 시진핑 정부가 재통일을 하겠다며 무력 통일까지 위협해온 것에 대한 대만 국민들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 중국 외교부는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의 중국밖에 없으며 대만도 그 일부라는 것에 변함이 없다며 이것이 대만해협을 두고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민중당 커 후보는 정치의 외지인인데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해 상당수의 대만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옌 교수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국민들이 민진당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지만 국내 정책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며 커 후보의 득표를 볼 때 “앞으로 라이 당선인이 사회와 경제적 문제에 더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24 방송은 대만의 젊은 유권자들이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만의 중간 임금은 2.37%,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 물가는 임금 상승률 보다 더 높은 2.5% 오르면서 젊은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왔다.
주택 가격 상승도 젊은층들의 불만으로 방 2개짜리 아파트는 약 1000만대만달러(약 28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의 평균 가격은 중간 연봉보다 9배 비싸 젊은 대만인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거리다.
지난 2019년에 독신자나 어린 자녀를 둔 가계들에게 임대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정책을 마련한 것은 민진당이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율이 높은 요인이 됐다.
라이 후보의 승리에는 소득 불균형과 임금 상승 정체로 유권자들이 국민당 보다 민진당의 공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