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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실패" "안정적 투자"… 비트코인 현물ETF 시각차

블랙록 등 굴지의 금융사가 '운용'
하루만에 43억7천만달러 거래 돼
일각에선 "기존제도에 굴복" 비판
실제 결제수단으로는 실효성 낮아
"애초에 실현 불가한 비전" 지적도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받으면서 월스트리트 주류로 편입됐다. 비트코인 투자가 이제 일상적인 주식투자처럼 특별한 절차 없이 누구나 가능한 것이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영향력이 급격히 고조됨에 따라 비트코인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겉보기에는 비트코인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비트코인이 월스트리트에 삼켜졌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안전해진 비트코인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ETF는 월스트리트 굴지의 금융사들이 운용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인베스코, 피델리티 등이 운용을 책임진다. 붕괴한 세계 3위 암호화폐거래소 FTX, 범죄혐의가 드러난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CC데이터(CCData)에 따르면 ETF가 거래되기 시작한 12일 하루에만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글로벌마켓츠에서 모두 43억7000만달러어치가 거래됐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 최고경영자(CEO) 장-마리 모녜티는 "오랜 여정이 이제 끝났다"면서 "비트코인은 확실하게 졸업하면서 투자등급 자산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배신당한 비전, 실패" 등 불만

이에 대해 FT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비트코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월스트리트에 점령당하면서 비전이 배신당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한 암호화폐 스타트업 창업자인 하비에르 누카잠은 비트코인의 설립 원칙들과 탈중앙화 통화라는 특성이 모두 부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기존 제도에 대한 도전이며 대형 금융사에 대한 반기"라면서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굴복한다는 것은...실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SEC는 지난 11일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현물ETF를 승인했다. 10년 넘는 불허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현물ETF 승인으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ETF 주식 거래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때 혜택을 공유하게 됐다.

■탈중앙화 거래수단 애초부터 무리

비트코인은 정부의 감시 없이, 금융기관이라는 중개기관 없이 각 개인이 직접 거래를 하는 화폐경제를 꿈꾸며 출범했다. 그러나 이같은 탈중앙화 거래수단이라는 취지는 실현된 적이 없다.

엘살바도르가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선포했지만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되는 일은 거의 없다.

아메리칸대 워싱턴의 힐러리 앨런 법학대학원 교수는 "경제학이나 재무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비트코인의 지급결제는 애초부터 실현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지나치게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통화발행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른다면서 처음 설계부터 단 2100만개 동전만 만들어지도록 설계된 비트코인은 물가상승에서 안전하다는 주장도 퇴색됐다. 지난해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도 폭락했다. FT는 "비트코인의 현물ETF 출범과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영향력 확대는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 금융자본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출범 목표를 내주는 대신 주류 편입에 따른 안정적 투자자산이라는 가치를 비트코인에 부여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