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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병원도 소아과 겨우 유지…이러니 '오픈런' 할 수밖에 [필수의료가 무너진다]

전공의 206명 뽑는데 54명 지원
의사 없어 응급진료 멈추는 곳도
폐업은 이미 확산…5년간 580곳

소아청소년과 의사 기피현상이 지속되면서 필수의료 소멸현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 거점 역할을 해온 일부 대형병원은 담당 의사가 부족해 소아과 응급진료 요일을 축소하거나 야간 응급진료를 장기간 폐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보건복지부의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1년 차 선발 결과(전기)'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206명 모집에 54명만 선발, 확보율이 26.2%에 그쳤다. 4명 모집에 1명만 지원한 셈이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은 모집정원 121명 중 44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36.3%였지만, 비수도권은 85명 모집에 10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11.7%에 그쳤다. 이 때문에 진료 태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24시간 정상적으로 가능한 병원은 27.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와서 원정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70만명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소아응급실을 주 7일에서 주 5일로 축소운영키로 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소아응급실 소속 의사 7명 중 3명이 떠나면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은 전국 소아응급실 10곳 중 하나로 지난 13년간 365일 24시간, 반경 100㎞ 내 중증 소아 응급환자 진료를 책임져왔다. 순천향대 서울병원도 소아과 의사 부족으로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소아과 야간 응급진료를 받지 않다가 지난달 말이 돼서야 부활했다.

공급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폐업도 계속 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최근 5년간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총 580곳으로, 개업한 의원 564곳보다 많았다.


소아청소년과 붕괴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소아 진료 정책가산금 등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구조적 개선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5건 집계됐지만 총선을 앞두고 상임위 소위 회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은병욱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른 과에 비해 의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매우 부족하다"며 "의료수가와 인건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공급이 맞춰진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