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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소장 보니... "민원 해결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소장 보니... "민원 해결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그가 기업인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하며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16일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실이 공개한 송 전 대표의 49쪽 분량 공소장에는 송 전 대표에게 전달된 기업인들의 각종 청탁과 그 대가로 거액이 오간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먼저 송 전 대표가 국토교통부 전관 출신 김모 전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을 통해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소각장 증설 관련 민원 해결을 도와주고,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거쳐 4000만원을 수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A사가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평소 후원해오던 송 전 대표에게 인허가 청탁을 위해 접근했다.

A사는 2019년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소각장 증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추진 약 2년 만인 2021년 8월께 국토부와 전라남도로부터 사업 계획을 반환당했다.

사업 계획이 틀어지면서 주가 하락과 경영권 위기라는 악재를 맞게 된 박 전 회장은 2021년 6월 26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국토부 국장 출신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김 전문위원을 박 전 회장에게 소개하기로 하고, 2021년 7월 17∼18일 '전남 강진 수해 지역 및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 일정'에 김 전문위원을 대동해 박 전 회장을 만나도록 했다.

이후 김 전문위원은 2021년 7월 23일부터 같은 해 9월 6일까지 약 1달간 A사의 소각장 개발계획을 담당하는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총 12차례 전화를 걸었다.

김 전문위원이 A사 사업계획 검토 상황을 점검하며 인허가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달라는 취지로 "잘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아울러 김 전문위원이 박 전 회장과도 만나 국토부 측에서 파악한 인허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A사 실무 담당자에게도 연락해 대응 방향을 조언했다고도 적었다.

이러한 송 전 대표 등의 도움에 박 전 회장은 '감사의 표시'로 7월 28일 2000만원, 같은 해 8월 18일 2000만원 등 총 4000만원의 뇌물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기업의 민원 해결 등을 명목으로 송 전 대표가 다수의 기업인에게서 수억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수금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수금 활동에는 먹사연 소장 이모씨와 상임이사 박모씨가 동원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2월,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인천의 한 재활요양병원 원장 김모씨와 갑작스레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는 이 자리에 박씨를 대동했고, 박씨는 "먹사연은 송 전 대표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단체"라며 후원을 요청했다.

이에 원장 김씨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매달 200만∼1000만원씩 총 1억300만원의 정치자금을 먹사연에 후원함과 동시에 송 전 대표 지역구인 계양구에 '종합병원 신설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송 전 대표는 2020년 3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의원 당선 직후 김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외에도 송 전 대표는 박용하 전 회장으로부터 총 3억500만원을 비롯해 경남 지역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총 1억원, 인천의 화장품 부자재 제조업체 대표에게서 1억원, 충남의 한 골프장 대표에게서 3000만원을 받는 등 총 7명의 사업가로부터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먹사연을 통해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역주의 해소와 통일국가의 발전'을 연구하기 위해 출범한 비영리 법인 먹사연이 2020년 1월을 기점으로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에 인적·물적 자원을 대는 '보좌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시기부터 소장 이모씨를 중심으로 '경제정책모임'을 구성해 송 전 대표가 공약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부동산 정책, 기본소득제도, 탄소중립 등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송 전 대표의 사회관계망(SNS) 게시글 작성, 경쟁 후보 동향 파악 등도 맡았다고도 적시했다.

또한 먹사연이 후원금 500여만원을 들여 송 전 대표의 이름과 자필 메시지가 각인된 1000개의 텀블러를 제작·증정하거나, 2021년 민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매주 개최됐던 '국회의원 모임'의 간식비용까지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