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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에 교육정책 기회 안줘" 김진성 원대협 회장

김진성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인터뷰

"사이버대에 교육정책 기회 안줘" 김진성 원대협 회장
김진성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고려사이버대 총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고등교육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 사이버대학에 참여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대협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학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때 사이버대학에게는 참여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사이버대학을 대학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큰 문제다."
김진성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 회장이 사이버대학의 현실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이버대학도 일반대학같이 고등교육법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교육당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선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목소리다.

지난 2017년 고려사이버대 총장으로 취임해 2022년 8월부터 원대협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교육부의 문을 두드렸으나 조그마한 틈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원대협이 사이버대학 차별 사항을 발굴해 건의한 36개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원대협은 전국 22개 사이버대학의 협의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와 달리 법적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이버대학이 소외 받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이버대학의 교육계 입지는 어떠한가.
▲원격대학이 처음 생길 때는 평생교육법에 의해 설립돼 지금처럼 고등교육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에 고등교육법으로 설립 기반이 되는 법이 바뀌었다. 엄연히 고등교육법상으로 인정받은 대학이다. 이후 15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대학으로 봐주지 않는 거 같다. 교육부조차 평생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 정도로만 생각하는 거 같다.

─대학으로 봐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고등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할 때 사이버대학에게는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대학의 재정 지원을 논의하는 고등교육재정지원위원회에서도 원대협만 빠져 있다. 일반대학과 같은 법률에 따라 설립·운영된 대학이지만 우리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있다.

교육부 내 사이버대학 업무도 평생직업교육기획과에서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 대한 정책은 인재양성 관련 과에서 만든다. 사이버대학 관련 업무를 평생교육과에서만 담당한다는 것은 사이버대학을 그저 평생교육기관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사이버대학 업무도 대학을 담당하는 과가 맡아야 한다.

─평생직업교육기획과에선 한계가 있다고 보나.
▲평생직업교육기획과는 이름 그대로 평생교육과 관련한 부수적인 일을 한다. 대학의 정책과 재정을 논의할 때 사이버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없다. 인재정책 관련 과에서 일반대학이나 전문대학에 대해 고민하듯이 사이버대학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사이버대학의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해 줄 사람이 대학 담당과에 단 1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부에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나.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교육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돼서 가만히 있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원은 없는데 규제는 너무 강하다. 최근에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에는 사이버대학 운영과 관련한 차별 사항을 발굴해 36개 규제완화 과제를 건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원은 없고 규제는 강하다?
▲사이버대학을 위한 재정 지원은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 15억원이 유일하다. 사이버대학 한 곳당 1억원도 돌아가지 않는다. 다른 정부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기회조차 없다. 반면 규제는 일반 대학보다 심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사이버대학에게는 학점과 수업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놨다. 하지만 일반대학에게는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일반대학처럼 온라인 강의를 만들면 '너희는 왜 기준에 맞춰 강의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제재할 것이다.

일반대학은 원격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버대학도 일반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게 해줘야 공평하지 않나. 사이버대학이라고 해서 실습수업을 못 하게 해선 안 된다. 일단 제도는 열어두고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그때 평가를 거쳐 책임을 묻는 게 옳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하고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원대협의 영향력이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기구로 인정받지 못해서일까.
▲그런 영향도 크다. 지금은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이다 보니 우리가 하는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것이다. 원격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지난 2010년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이 처음 발의됐으나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이익만을 위해 원대협을 법적기구화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원대협법이 통과되고 법적기구가 된다면 재정과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한 만큼 책임도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만큼 관리·감독을 받고 잘못하는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권한도, 책임도 없이 방치돼 있을 뿐이다. 사이버대학이 발전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사이버대학이 인식 변화를 위해 스스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사이버대학 수업의 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시선이 많은 거 같다. 교육부조차 그렇다. 하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으로서 사이버대학에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수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강의를 만들고 학생들과 소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도 교수로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사이버대학에 좋은 강의가 참 많다.

문제가 있다면 평가적인 부분이다. 한 과목을 듣는 학생의 수가 많으면 1000명이 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평가할 때 구체적인 답안을 요구하지 못하고 오지선다형을 채택하게 된다. 평가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대리 시험을 치르거나 누군가와 상의하는 게 문제다. 고려사이버대의 경우에는 시험을 보는 사람마다 문제 순서를 달리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평생교육에 대한 일반대학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사이버대학에겐 위협이 될까.
▲그렇다. 일반대학이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을 확대할수록 사이버대학이 갖고 있는 자원들이 일반대학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사이버대학의 강점은 편의성이다.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이버대학을 찾는다. 일반대학이 이러한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사이버대학을 다녀야 할 이유가 적어진다. 앞으로 시장이 열리면 사이버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로선 교육의 질을 높이며 대비해야 한다.

─원대협 회장 임기가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의 질은 단순히 인정해달라고 해서 인정해 주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질 만한 위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만 교육당국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교육계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누군가가 스스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외면해선 안 된다. 내 남은 임기 동안은 이러한 사고가 변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