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46억원을 횡령한 후 도주 1년 4개월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힌 전직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이 국내로 조기 송환됐다.
경찰청은 요양급여 등을 횡령한 뒤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전 건보공단 팀장 A씨(45)를 17일 오전 5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송환은 애초 예상보다 이른 것으로 검거 당시에는 필리핀 이민국 내부 사정으로 인해 최소 한달가량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A씨는 코리안데스크 파견 경찰관과의 면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찰 등은 필리핀 이민국과 조기송환을 위한 교섭에 착수했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고 수사를 위해 신속 송환이 필요하다는 강원청 수사부서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의견도 조기송환 추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필리핀 대사관과 코리안데스크는 필리핀 이민국과 조기송환 교섭을 진행하며 피의자를 안정시키며 조기송환에 필요한 절차에 협조토록 설득했고, 이에 A씨가 필요한 절차에 협조함에 따라 예상보다 최소 3주 앞서 송환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요양기관의 채권 압류 등으로 지급이 보류됐던 진료 비용을 모두 7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후 해외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7억2000만원을 회수했지만 39억원가량은 A씨가 가상자산 등으로 바꿔 가져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022년 9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A씨에게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고 수사 관서인 강원경찰청 반부패수사대·코리안데스크·경기남부 인터폴팀으로 구성된 추적팀을 편성했다. 이후 약 1년4개월간 집중 추적을 해 A씨가 필리핀 마닐라 고급 리조트에 투숙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과 함께 은신 중인 A씨의 동선과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세탁물 배달원 등 현지 정보원을 활용해 A씨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등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원활한 검거를 위해 지난 5일 주필리핀한국대사 명의 서한문을 필리핀 법무부 장관에게 발송하고 8일에는 주필리핀 대사관 총영사가 직접 이민청장과 면담을 해 검거를 독려했다.
검거 작전 당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로 구성된 검거팀이 A씨의 은신처로 출동했고 5시간 잠복 끝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던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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