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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급 훔치려고 20년 키워준 계모 살해한 '의붓아들'[사건 인사이드]

기초연급 훔치려고 20년 키워준 계모 살해한 '의붓아들'[사건 인사이드]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금전 문제로 다투다 70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경북 예천의 한 갈대밭에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9. hwang@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의붓어머니의 기초연금 등 재산을 탐내 살해한 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씨(49)에게 검찰이 17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걸려 온 한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독거노인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독거노인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혼자 거주하는 70대 고령의 치매 노인 A씨였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치부터 확인했다. A씨 휴대전화 위치는 경북 예천군으로 떴다. A씨는 지난 2022년에 남편과 사별한 상태였고 남편의 고향이 예천군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A씨가 남편이 그리워 예천군으로 혼자 내려갔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실종경보를 발령하고 헬기와 경찰견을 대동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A씨 주거지 부근 방범용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해당 CCTV에는 A씨가 주거지로 들어간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후 주거지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 A씨는 귀가는 했지만 이후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된다.

경찰은 실마리를 찾기 위해 탐문에 나섰고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A씨 주거지 부근에 의붓아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붓아들이 배씨다.

경찰은 배씨를 탐문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 등 수상한 점을 여러 건 발견했다. 또 A씨 통장에서 현금이 인출됐고 마지막 통화자가 배씨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사 필요성을 느낀 경찰은 배씨를 상대로 진술조서 작성을 위해 만나자고 연락했다. 하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배씨는 연락 두절이 됐다.

이후 경찰은 A씨 사건을 단순 실종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배씨가 A씨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 뒤 한참 뒤에 혼자 나오는 CCTV 영상을 포착했다. 다음날에는 배씨가 이씨 집에 다시 방문해 빨간 큰 고무통을 힘겹게 굴리며 나오는 장면도 확인했다. 배씨는 고무통을 준비한 검은색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렌터카 번호를 특정했고 해당 차 트렁크를 확인하니 혈흔 반응이 나왔다. GPS(위성항법장치) 기록에는 배씨가 경북 예천군에 내려간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배씨의 범행을 확신하고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8시 20분께 경기도 수원의 한 모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A씨는 남편이 지난 2022년 4월 사망한 뒤 기초연금 32만원, 의붓딸의 장애인 연금과 기초연금 합계 88만원을 바탕으로 생활해 왔는데 배씨가 이를 지속해서 탐낸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배씨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됐고 A씨 시신을 예천의 한 하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배씨는 최후진술에서 "며칠 밤을 생각해 봤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죄송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7일 오후 2시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