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덴만에서 드론 공격으로 美 상선 화재, 인명피해 없어
범인 자처한 후티 반군 "가자지구 돕기 위해 공격 계속"
美, 후티 반군 테러단체 재지정...인도적 지원은 안 막아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사나 인근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과 영국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홍해와 아덴만에서 국제 상선을 무차별 공격중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국의 테러단체 재지정 당일 미국 상선을 다시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돕기 위해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야히야 사리 준장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전 녹화 영상에서 이날 아덴만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는 같은날 예멘 아덴에서 동남쪽으로 약 111km 떨어진 해상에서 상선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드론 공격을 받은 선박은 마셜제도 선적의 벌크 화물선 ‘젠코 피카르디’호였다. 선박의 소유주는 미국 뉴욕 소재 해운사인 젠코시핑앤드트레이딩으로 뉴욕 증시 상장사다. 당시 젠코 피카르디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광석을 싣고 인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회사 측은 성명을 내고 선원들이 안전하다며 드론 공격으로 선박 내 통로가 망가졌지만 선박 자체는 안정적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사리는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는 건 필연적이다. 우리를 겨냥한 어떤 새로운 공격도 대응과 처벌 없이는 넘어가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를 지키고 가자지구를 돕기 위해 이러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충돌하자 곧장 참전을 선언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약 30치례의 공격을 통해 사실상 모든 외국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지난달부터 다국적 함대를 구성해 홍해를 순찰하던 미국은 지난 12일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 거점을 공습했고 13일과 16일에도 추가 폭격을 가했다. 후티 반군은 14일 미군 구축함, 15일 미국 상선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미 국무부는 17일 행정명령 13224호를 근거로 후티 반군을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다시 지정한다고 밝혔다. SDGT 지정되면 미국에 있는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거래가 금지된다.
앞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21년 1월에 후티 반군을 SDGT 및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 관할의 조직 및 개인은 FTO 목록에 오른 대상에게 무기와 장비뿐만 아니라 훈련과 금융 등 각종 서비스를 포함하여 ‘물질적 지원이나 자원’을 제공할 수 없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유엔 및 국제 구호단체에서 SDGT 및 FTO 제재 때문에 예멘에 구호품 전달이 어렵다고 호소하자 2021년 2월에 후티 반군에 부여했던 2가지 제재를 모두 해제했다.
바이든 정부는 17일 발표에서 2가지 제재 가운데 SDGT만 복구하고 30일 뒤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후티를 압박하는 데 SDGT 지정이 적절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면서 SDGT가 후티를 겨냥하면서도 예멘 주민에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데 "더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SDGT 재지정과 관련해 예멘 주민을 위한 식량, 의약품, 연료 공급은 제재 대상이 아니며 후티 반군이 공격을 중단하면 SDGT 지정을 다시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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