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만원 상당의 허위 영수증 발급·보험금 청구, 보험사 기망행위
타 보험가입자에게 피해 전가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범죄
병원·브로커 공모 보험사기 늘어나지만 규제 방안 없어...현재 법안은 '사후약방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조속히 개정돼야"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파이낸셜뉴스] 환자알선 브로커들과 공모해 실제 하지정맥류 시술금액보다 부풀려진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고, 환자들이 실비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원장과 환자알선 브로커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보험사기 범행이 일어나기 전, 브로커들의 알선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 원장 A씨와 환자알선 브로커 B씨, C씨, D씨 등 4명에게 징역 7년과 1년, 1년 2개월,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환자알선 브로커들과 공모해 비급여항목에 해당하는 하지정맥류 시술 비용을 허위로 부풀려 630만원 상당의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 환자들이 실비보험금을 청구하게 만들어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실제 내용과 다른 영리 목적으로 환자알선 브로커에게 소개알선금을 지급하는 등 소개알선 유인행위를 해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2022년 동 병원에 대한 보험사기 혐의를 적발해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허위의 계산내역을 발급한 것이 아니라, 630만원의 시술비를 할인해준 것"이라며 맞섰지만 재판부는 "환자들을 실제 진료하기 전부터 (A씨가) 630만원의 진료비영수증을 발행해주면 환자들이 의료비로 400만원을 송금하고, 나머지 부분은 (브로커) 소개료로 주거나 환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다른 알선브로커들에게 알리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A씨는 실제 환자의 상태, 증세나 진료 내용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이와 같은 시술내용 및 실손보험금 진료비계산서 내용을 발급해 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630만원 상당의 허위 치료비용이 정상적으로 결제된 것처럼 진료비 영수증을 거짓 발급하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게 함으로써 보험회사를 기망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비보험의 특성상 의료비 할인이 진행될 경우 할인된 나머지 금액을 기준으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할인내역을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것에서 보험금 편취 의도가 드러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질적인 치료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부풀려진 시술비용을 정상적으로 결제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급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게 한 것이 범행 내용이므로 치료행위 여부는 범행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브로커 B씨와 C씨, D씨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여러 환자들을 알선하게 된 내용과 구체적인 방법을 협의했기에 보험사기 범행의 방식과 내용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보험사기 건에 대해 "정상적으로 치료 또는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는 타 보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이며, 의료시장질서를 혼란시키고 전체적인 보험가입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좋지 않은 범죄"라고 정의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기 누수금액과 적발금액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적발된 금액만 1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3월 금감원 보험사기 적발 통계를 살펴보면 적발금액은 지난 2014년 5120억원에서 2022년 1조 818억원으로 집계돼 7년 새 111% 뛰었다.
특히 하지정맥류의 경우 일부 의료기관에서 역류가 없음에도 초음파 검사를 조작해 치료가 필요한 하지정맥류로 둔갑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토록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동일한 치료임에도 가격 편차가 발생·심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치료의 일종인 음파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은 198배의 가격편차를 보였다. 심지어 시아노아크릴레이트 복재정맥폐쇄술의 최고 금액은 15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병원·브로커가 공모해 환자공급 대가로 진료비의 일부(10~30%상당)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병원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과잉·허위 진료행위를 하며 실손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만연하다. 실제로 장기실손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5년 2428억원에서 2022년 5179억원으로 113% 급증했다.
그러나 현행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경우 환자알선 브로커들이 편취한 보험금에서 수수료를 받는 등 보험사기로 판명나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며, 유인·알선등 보험사기 공모 행위는 처벌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에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브로커 활동 자체를 위법행위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대·환경 변화에 따라 보험사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등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으나, 브로커를 통한 사기 유인·알선 행위 처벌 근거가 부재하다"며 "이달 말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하기로 예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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