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 차질에 물가 상승세 자극
"금융시장 과도한 안도감" 경고
2%대 물가 목표치 도달도 아직
계속되는 중동 갈등에 위기감 ↑
'조기 금리인하' 물거품 될수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국제유가 하락 속에 지난 1년간 급격히 낮아졌지만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반군이 홍해에서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수에즈운하 이용이 제약을 받는 바람에 다시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비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금융시장, 과도한 안도감
CNN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세르조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에 관해 금융시장이 과도한 안도감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르모티 CEO는 이같은 안도감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면서 홍해항로가 차질을 빚으면서 해상운임이 뛰고 있고, 이는 결국 재화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홍해항로 차질이 인플레이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전쟁 승리 선언 시기상조
해상운임, 보험료 등이 뛰기도 전에 미국, 유럽, 영국 등의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 물가상승률 도달이 여전히 멀리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중앙은행 총재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도 다보스포럼에서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임무는 아직 완수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망 지나치게 앞서 가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인 기타 고피나트도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앞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금융시장은 중앙은행 금리인하가 '꽤나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 가파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은행 경영진, CEO들은 중앙은행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고피나트는 공급망 차질, 보호주의무역, 기후충격, 무장충돌 등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위험들이 산재해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 자산운용부문 CEO인 매리 캘러핸 어도스는 자칫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어도스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자마자 소비자들이 느긋해지면서 다시 지출을 늘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곧바로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위험 고조
중동지역 위험은 고조되고 있다.
홍해항로 이용이 계속해서 차질을 빚고 있고, 최근에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서로 공습을 주고 받았다.
지난주 미국과 영국이 후티반군 목표물 60여 곳을 공습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동내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항행의 자유'를 위해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후티반군 공습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후티반군이 보복으로 홍해항로 공격을 강화하고, 미 주도의 다국적군 공습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름길인 홍해와 수에즈운하 대신 5100km 이상을 더 가야 하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선박들이 늘고 있다.
IMF와 옥스퍼드대가 만든 플랫폼인 포트워치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하루 통행량은 2021년 3월 대만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면서 통행이 막힌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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