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전통시장 혁신과 상생
경동시장, 레트로 감성 품고 활기
스타벅스 경동·금성전파사·야시장
2030 취향 저격…MZ 놀이터 변신
충남 예산시장, 7080 추억 소환
점포 컨설팅·가성비 메뉴 개발 등
'백종원 마법’ 통해 전국서 발걸음
정부·지자체·대기업 '지원 팍팍’
경동시장 신관 청년몰 옥상 4층에 조성된 푸드트럭 야시장 서울시 제공
경동시장 골목길에서 상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 내부 전경
LG전자의 경동시장 문화복합공간 '금성전파사'
경동시장에 입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진=김경수 기자
서울 동대문 경동시장에 둥지를 튼 스타벅스는 소위 '반전 카페'다. 번화가에 들어서는 기존 스타벅스의 입점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린 매장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 2022년 12월 오픈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문을 닫은 오래된 경동극장 내부를 리모델링해서 조성했다. 옛 극장 내부 골격을 그대로 유지해 마치 영화 세트장과 같은 이색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지가 되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일본에서 '서울 여행때 꼭 가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선정됐다.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매장 콘셉트로, 해외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 입구 공간에는 LG전자가 조성한 각종 이벤트 매장들도 들어서 있다. LG 폐가전을 재활용한 굿즈를 판매하는 금성전파사가 볼거리다. 전통시장이 익숙지 않은 MZ세대와 스타벅스 자체가 낯선 경동시장의 주 소비층인 50~70대 모두에게 새로움을 안겨준다는 평가다.
경동시장의 변화는 스타벅스 입점에서 머물지 않았다. 온라인거래와 대형마트들이 활성화되면서 경동시장도 변화가 요구돼 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대기업까지 나서 경동시장의 혁신에 나서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경동시장의 옥상 주차장에는 푸드트럭이 들어선 야시장으로 개조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청년몰도 함께 입점했다. 고위 정부인사들도 경동1960 야시장을 찾아 청년 상인들과 '치맥'을 함께 하는 등 규제 개선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전통시장 주차장이라도 공영 주차장일 때만 푸드트럭 영업이 허용됐으나, 서울시의 조례 개정으로 부속 주차장까지 푸드트럭 영업이 허용됐다.
도심 속 전통시장 옥상주차장에서 푸드트럭 야시장이 열리는 것은 경동시장이 전국 최초다. 그동안 야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푸드트럭이 영업할 수 있는 장소는 공공기관 소유 시설, 공영주차장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서울시는 '루프탑 푸드트럭 야시장'을 '스타벅스 경동1960', '금성전파사'와 함께 '경동시장 3대 명소'로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야간 시간에 유휴공간으로 방치됐던 전통시장 내 옥상 주차장 500평을 활용해 새로운 판로를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는 야시장에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루프탑'과 '푸드트럭'을 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을 더해 친구, 가족 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 명소로 조성했다. 참여 푸드트럭 10대 중 3대는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운영되며, LG전자에서는 레트로 감성으로 꾸민 '금성전파사 야외 캠핑존'을 조성했다. 이 외에도 핀버튼 등 DIY 제작 이벤트, 추억의 간식 만들기, 레트로 사진 콘테스트, 토크버스킹, 추억의 DJ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어우러지고 있다.
■'백종원 마법'이 통한 예산시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고향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시장은 전통시장의 변신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백씨는 지난 2019년 고향인 예산을 방문했다가 시장 내 빈 점포가 많은 것을 보고 예산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예산시장을 1960~1970년대 시간여행 콘셉트로 꾸미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한 데 이어 각 점포 사장에게 컨설팅까지 해주면서 시장을 새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엠지(MZ)세대와 7080세대를 아우르는 분위기와 다양한 음식, 높은 가성비를 겸비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백종원의 마법'이 통한 것이다.
그저 그랬던 예산시장은 방문객이 수백만명을 넘겼다. 개장 당시 5개였던 창업 점포는 32곳까지 늘어났고, 처음으로 개최한 '예산 맥주 페스티벌'도 사흘 동안 25만명이 방문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예산군이 시장 운영자료를 토대로 빅데이터 상권 분석을 한 결과 방문객의 48.9%는 다른 시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산시장 언급량도 2만% 이상 늘었다.
백씨가 충남 예산군과 협업해 재단장한 예산상설시장은 국토교통부의 우수 지역개발사업에 선정됐다. 충청권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이뤄낸 예산시장의 혁신이 전국에서 주목받는 민관협력 성공사례로 꼽히면서 다른 지자체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충남도는 충남 예산군과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 참가해 예산시장 혁신 성공사례를 다른 지자체와 공유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상생모델 찾기
전통시장의 변신에 대형마트들도 일조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오랜동안 경쟁적 관계였지만 상생방안을 찾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불러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택한 것이다. 이마트는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인접한 시장에도 방문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홍보하는 전단을 고객에게 배포하고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통해 전통시장과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상품과 고객층이 서로 다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위치해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생 프로젝트다. 덕분에 지자체와 전통시장에서 먼저 입점 제안 문의를 해올 정도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전통시장간의 성공적인 상생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상생스토어 1호점인 당진전통시장의 경우 시장 주차장 이용 건수가 2015년 2153대에서 상생스토어가 입점한(2016년 8월) 후인 2017년에는 5019대까지 늘어났다. 고객 설문에서는 시장 방문객 75%가 노브랜드와 당진전통시장을 함께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국 각지 전통시장에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똑같은 매장이 없다. 입점하는 전통시장 상인회와 사전 협의를 통해 주변 전통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제외하고 부족한 품목은 강화한다.
상호 협력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이마트 만촌점은 기존 이마트 행사를 소개하기 위해 발행해 온 전단에 대구 동구시장을 알리는 내용을 싣고 매장에 비치했다. 이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동구시장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통시장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만촌점에 송출하고 있다. 만촌점 이외 다른 대구지역 점포들 역시 인근 전통시장과 협력해 각 시장마다 특성에 맞는 마케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마트 의무휴업 갈등해소 방안 찾아야
대형마트들은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지역사회와 선순환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및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공동마케팅,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 및 홍보 지원 등을 논의 중이다. 지역 사회와 상생을 위한 투자를 적극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홈플러스 남대구점 매장의 경우 인근 봉덕신시장 떡집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구성해 판로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입점 수수료를 완화해 지역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줬다. 청주시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홈플러스는 또한 대구상인연합회에 소화기 120개를 기부했다. 전통시장 제품 판로 확대도 지원하기로 했다. 청주시와는 지난 3월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을 목표로 소상공인, 전통시장과의 새로운 상생 모델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하는 '1점 1전통시장'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롯데마트 1개 점포가 전통시장 1곳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약 30여 개(광복, 남악, 삼양, 안성점 등) 점포에서 진행중이다. 또 점포 휴무일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공동 마케팅과 시장 내 노후 시설 보수 및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롯데중앙연구소와 협업해 대구 목련시장과 '품질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 협약의 일환으로 위생 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대형마트들과 전통시장간의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대형마트들은 10여년째 추진중인 일요일 의무휴무제의 중단을 내심 바라고 있다.
대신 평일 휴무제로 전환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고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인근 상가와 상권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악영향도 보고되고 있어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전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대형매장의 일요일 휴무를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아직 유일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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