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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막판까지 싸움질만 할 텐가

[강남시선] 막판까지 싸움질만 할 텐가
정인홍 정치부장 정책부문장
임기를 4개월 남겨둔 21대 국회 민낯이 볼썽사납다. 이해는 간다.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목숨줄'인 공천이 최우선 가치이니 민생이고 나발이고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4년 전 한 표가 아쉬워 '민생의 공복'(公僕·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을 외칠 땐 언제고, 다시 총선이 다가오니 이젠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지금 영세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오는 25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83만명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다. 상황을 보니 여야 간 중대재해법 유예안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유예 2년 추가 연장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표류 중이다. 영세 사업장이라도 근로자 안전 확보에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여건이 녹록지 않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법 적용 2년 유예를 읍소했겠나.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로나19와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인 영세 사업장의 형편이 어려우니 2년만이라도 준비기간을 더 주자는 거다. 실제 중소·영세 사업장 80% 이상이 법 시행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강행 시 줄도산 또는 폐업에 따른 해고 등으로 오히려 근로자 고용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토로한다. 무엇보다 재해예방 관련 시설과 인원 확보에 따른 경영부담 가중,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하며 법 적용 유예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말 그대로 영세 소상공인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건 팔아 번 돈으로 대출이자 갚기조차 버거운 좀비기업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의 취약기업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8.9%였다. 중소기업 100곳 중 약 60개가 한계기업이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정치권은 네탓 공방만 벌인다. 여당은 야당의 비협조를 탓하고, 야당은 노동계 눈치를 보며 개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경제문제에 4월 총선이라는 정치 변수가 끼어드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배가 산으로 간다. 정치권이 표 계산을 위한 주판알을 튀기는 사이 민생은 곪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여야가 대치 중이다. 대장동 50억클럽 뇌물 의혹 및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 가관인 건 총선이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선출방식 등 선거구제 개편을 확정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안 되니 정치 신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본인이 뛸 운동장 크기를 모르니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까지 달려야 할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자신들 이름 석자라도 알린 현역 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1대 국회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쟁만 일삼아왔다. 정부 권력을 쥔 집권 여당과 입법 권력을 틀어쥔 거대 야당은 틈만 나면 싸웠다. 현실정치의 묘미인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은 지역구 선거운동에 매달리게 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어느 정도 국정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여권으로선 총선 승리가 절박하다. 정권교체의 기반 마련을 위해 중간심판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권력 유지가 최상의 목표다.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던 여야는 막판까지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꼴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고작 4개월 남았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제발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하나씩 챙기길 바란다. 그게 공복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haenen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