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해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74)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초 아내에게 “당신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1000만원을 대출받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흉기를 휘둘러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아내와만 교류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껴 수십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범행 당일에도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중증도 내지 고도의 알코올중독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도 “양형 부당”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20년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부부의 인연을 맺은 배우자를 살해하는 행위는 가장 존엄하고도 중대한 법익인 사람의 생명을 박탈함과 동시에 혼인관계에 기초한 법적·도덕적 책무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의 윤리와 애정을 무너뜨리고 남아있는 자녀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남기므로 이 사건 범행의 죄책이 무겁다”며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지극히 참담한 상황을 겪게 된 피해자 자녀들의 심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한 자녀는 사건 현장을 목격하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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