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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감형 수단이던 '던지기'... 지금은 '비대면 마약 거래' 통칭 [김동규의 마약 스톱!]

마약사범 감형 수단이던 '던지기'... 지금은 '비대면 마약 거래' 통칭 [김동규의 마약 스톱!]
마약거래의 일종인 '던지기'. 뉴스1
최근 마약 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던지기'다. 그런데 이 던지기의 의미가 과거에는 달랐다고 한다.

던지기는 마약류를 몰래 유통하는 수법이다. 판매자가 유통책에게 지시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마약을 숨긴 후 구매자에게만 알려주는 행위다. 2000년대 초반엔 던지기의 의미가 달랐다. 수사협조 공적을 쌓기 위해 '마약 사범'을 추가로 만들어내는 수법이 던지기였다. 임의로 특정인의 집으로 마약을 배달시킨 후 그집 거주자를 범죄자로 제보하는 행위다. 마약 사범은 주변 범죄자를 경찰에 많이 찌를 수록 공적을 인정받아 형을 줄일 수 있다.

■마약사범 만들어 '제보 공적' 쌓아

23일 수사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마약류 사건에서 '던지기'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께였다.

지난 2001년 6월 히로뽕 밀매혐의로 구속된 정모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씨가 구속되자 정씨의 동료인 박모씨 등은 던지기를 통해 희생양을 만들려 했다. 박씨 등은 다른 마약판매조직원 김모씨에게 필로폰 500g을 임의로 보내고, 정씨가 이를 제보토록 해 수사협조 공적을 쌓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이 시도 자체가 적발됐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 던지기 수법은 검거되거나 지명수배 중인 범죄자가 수사기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정상을 참작해 형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향량협상제)'을 의미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마약류 사범이 공범을 제보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관행적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던지기의 의미가 현재와 같은 비대면 거래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께부터다.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지낸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마약류 사범들이 2015~2016년부터 비트코인과 다크웹 등을 마약류 불법 유통에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비대면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2015~2016년 이전에는 비대면이 아닌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마약류를 거래하는 유통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뜻 바뀌니, 마약사범 구성도 변화

'던지기'의 의미가 바뀌면서 마약사범의 구성적 특징도 바뀌고 있다.

과거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마약류 투약사범 비중이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39.0%로 줄어든 반면 마약류 공급사범(밀조·밀수·밀매) 비중이 25% 안팎에서 지난해 1~11월 누적 32.8%로 크게 늘었다. 또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속여 마약 유통책을 모집하다 보니 학생 마약 사범의 비중 1% 안팎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1~11월 누적 5.3%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다크웹이나 해외메신저, 가상자산을 악용해 마약류를 불법 유통한 피의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사범 총 31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판매자 10명을 구속한 바 있다.
사건에서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주요 판매자 6명 중 5명은 마약 범죄경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식당 운영자, 주류 도매업체 근무자, 음식 배달 기사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로 처음에는 흡연·투약자로 시작했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판매자로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판매자 입장에서 '던지기 수법'이 안전해 보이지만 경찰도 CCTV와 거래 패턴 등을 통해 요즘에는 손쉽게 적발해낸다"면서 "최근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이유로 던지기 하는 사람이 있는데, 범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